흡연자들의 수난시대다. 금연구역이 갈수록 늘고 담뱃값이 겁없이 뛰는 상황을 개탄하는 흡연자들은 이래서 한대, 저래서 또 한대다. 이달부터는 서울시 남대문로 일대가 금연거리로 새로 지정됐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길과 건너편 번화가다. 이 거리를 담배연기 휘날리며 위풍당당하게 걸었던 끽연자들의 모습도 이내 과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을 위한 결단이라고 호소하지만 열받은 흡연자들은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라고 바르르 떤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불꺼진 꽁초요, 불붙은 필터다. 국회 변수만 없다면 담뱃값 인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것이 억울하면 담배를 끊을 일이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것이 이 시대 애연가로서의 담대하고 의연한 자세라며 저 A와 B는 마지막 한대를 사이좋게 나눠 피우면서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다만 득의양양한 뒷모습에서 '끊기는 끊어야 할텐데' 하는 속내가 얼핏 비친다. 저들도 담배의 해악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눈치다. 그러니 어차피 상종하지 못할 것이라면 담배를 끊는 편이 이 겨레에 봉사하는 일이라고, 저들을 전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