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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무성發 증세논의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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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갑작스레 활시위가 당겨졌다. 목표물은 쫓고 있던 토끼가 아니라 토끼몰이를 하는 사냥개였다. 사냥개 주인은 함께 토끼잡이에 나섰던 장수가 갑자기 사냥개를 잡자고 하는 통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증세논의를 둘러싼 풍경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낮은 조세부담률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국민 복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직접 증세 논의와 관련된 활시위를 당겼다. 야당에서는 법인세율 인상, 소득세 개정 등을 통한 증세 요구를 꾸준히 해왔지만, 이번 김 대표의 발언은 돌발적으로 튀어나왔다.
정부는 여당 대표의 '증세론'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당ㆍ정 협의 등에서 사전에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세입여건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당장 증세를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정부에서 '증세'는 금기어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밀면서 정부의 증세 카드는 주머니 속 깊은 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두 차례 나온 세법개정안에서도 증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이미 증세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올 상반기 세수진도율은 45.5%다. 세입여건이 최악이라고 했던 작년보다 0.7%포인트 낮다. 또 내년 예산요구액 가운데 복지 부문은 118조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11.5% 많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부문의 의무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정부도 무작정 손사래만 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복지부문 의무지출과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논의를 미뤄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증세에 대한 근본적이고, 깊이있는 검토를 시작할 때다. 토끼 잡는 데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 이후 사냥개를 어떻게 할 지도 미리 생각해두자는 것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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