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저녁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분간 진행된 TV 방송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강탈 행위에 아르헨티나가 굴복할 수 없다"면서 "채무재조정에 합의한 채권단들에게 채무를 상환하기 전에 채무조정에 응하지 않은 미 헤지펀드에 채무를 전액 상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미 대법원의 결정 대로 헤지펀드들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15억달러를 갚으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채권을 가지고 있는 다른 채권단에게도 추가로 150억달러를 갚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서 "이는 아르헨티나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갚을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앞서 채무조정에 합의한 다른 채권단에 대해서는 빚을 계속 갚아나가겠다고 밝히며 "아르헨티나를 믿어준 이들에게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1000억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고 2005년과 2010년 채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원금의 71~75%를 탕감해 부도난 채권을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디폴트 된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 중 93%가 아르헨티나의 제안에 응했지만 억만장자 폴 싱어가 대표로 있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산하 NML캐피탈 등 미 일부 헤지펀드는 채무를 전액 변제하라며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미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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