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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대형 안전사고 관리 콘트롤 타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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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로 (계명대 교통공학과 초빙교수)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해운 종사자의 안전기준과 안전수칙위반, 선장 등 종사원의 무책임성에 있다. 여기에 사업주의 지나친 탐욕과 정부의 안전관리 추진체계, 관리감독의 부실도 크게 작용했다. 이런 대형 교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통안전 추진체제의 전면적인 혁신과 개선이 요구된다. 제일 먼저 독립적 사고원인분석 시스템의 구축이다. 사고를 근원적으로 치료하려면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철저한 원인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관계기관에 개선권고해야 하며 반드시 이행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다. 선진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인분석이 가능하도록 사고조사기관의 독립성과 준사법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 사고조사기관인 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tation Board)다. 미국이 대통령 직속으로 한 이유는 관계기관 압력과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하게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조사대상은 주요 민간 항공기사고, 도로사고 중 각주와 협의해 선정하는 사고, 철도사고 중 사망자가 있거나 피해액이 2만5000달러 이상인 사고, 주요 해난 사고, 파이프라인 사고 중 사망자가 있거나 대형피해사고 등이다.

사고 조사팀은 해당분야 민관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일체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과학적인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조사결과가 나오면 관계기관에 개선권고하고 해당기관은 90일 이내 이행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동일 유형의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챙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처럼 독립적 사고조사기능과 개선권고 기능의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

다음으로 사고 원인을 치료하는 교통안전정책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 인력, 재정이란 3대 핵심요소를 갖춰야 한다. 현재 교통안전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지만 이를 조정·통합할 수 있는 기구가 없어 교통안전정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이는 세월호사고 수습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여러 부처에 분산된 교통안전업무를 통합조정하고 교통안전정책집행을 확인하는 교통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총리실에 설치하되 전담사무국을 둬 형식적 기구로 전락시켜선 안 된다.
일찍이 일본과 프랑스는 행정수반 직속으로 중앙 교통안전대책회의 등을 두어 분산된 교통안전업무의 조정과 정책이행을 확인하는 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통안전법상 13개 중앙행정기관에 교통안전업무가 분산돼 있다 보니 원인분석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교통안전추진 협조체계가 취약하다. 교통안전정책조정위원회에는 반드시 사무국을 두어 관장업무를 챙겨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큰 성과를 거뒀던 총리실 안전관리기획단 운영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는 관련기관의 업무분장에 따라 수행해야 할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미달시 신상필벌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그래야 우리나라 행정의 고질병인 전문성과 책임성을 부족을 치유해 대국민 교통안전서비스가 향상될 수 있다.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최일선에서 교통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일선 중앙행정기관에는 지역 현장에서 교통안전을 총괄할 교통안전담당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일선 행정에는 교통안전을 전담하는 팀이 없다. 영국은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도로안전담당관(Road Safety Officer)을, 일본은 전담 교통안전과를 두어 그 지역의 교통안전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교통안전전문가로 구성해 교통안전을 종합적·과학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 교통안전에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지방자치단체는 지역마다 모든 사회·경제단체가 총망라한 교통안전 민관협의체를 설치하고 사무국이 분기마다 해당 지역의 사고 결과를 분석한 후 향후대책을 논의, 교통안전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이렇게 교통안전조직을 갖춰도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연료 없는 추진체가 된다. 안정적인 교통안전투자예산을 확보한 다음 이를 토대로 관계기관의 의지와 계획 성과를 평가, 배분해야 교통안전투자가 촉진된다. 미국은 휘발유세를 근거로 교통예산을 확보하고 상당부분을 교통안전예산에 고정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미국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교통안전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3∼5년 단위의 사업계획서와 성과를 제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그 지역의 인구와 사고율,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 결정하고 일단 결정되면 안정적으로 교통안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일본은 특별회계로 더욱 교통안전 재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법적으로 사업마다 교통안전 예산을 100%에서 50%까지 다양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회계로 지원하다 보니 그때 그때마다 사정이 달라져 있어 교통안전투자가 아주 빈약하다. .영국은 교통안전기금을 마련해 교통안전관련 공공기관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을 감안해 교통안전관련 민간단체의 사업계획을 심사, 시민단체에도 교통안전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이렇게 교통안전추진체제가 확립돼더라도 국민들이 안전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교통안전증진 기대효과가 저하된다. 그러므로 교통안전문화를 증진하기 위한 교통안전교육지침을 제정해야 한다. 이 지침에는 교통안전교육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어떻게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육교재는 관련기관이 무료로 보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문화 중 위반문화가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항공교통에서 적용하고 있는 준사고보고제도를 해운·철도·도로 등의 전분야 교통수단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산업재해학자 하인리히는 1:29:300법칙을 제시한 바 있다. 1건의 중대사고가 나기까지는 300번의 사고날 뻔했던 아차사고, 29번의 가벼운 접촉사고가 난 다음 비로소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는 위험 예고 법칙이다. 이번에 세월호사고도 담당 직원이 상부에 사전에 위험예고를 수 없이 건의했음에도 이를 묵살한데서 비롯됐다. 끝으로 중앙재해대책 본부장은 전체부처를 관장하는 총리가 위원장이 맡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재난이 발생하면 국방부 등 전 부처의 협력을 받아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 교통안전 개선안은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향후 세부 실천과제로는 사업용 근로자의 과로 방지대책 . 운행기록계 관제 시스템 구축, 교통안전 품질보증제도 도입,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 등이 있다. 이에 언급된 과제를 국민적 합의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단계적으로 실천해 교통안전 선진국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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