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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세계 10대 부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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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난세기 초만해도 그 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지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물론 프랑스 국민들도차 이 풍요로운 나라를 동경하며 이민을 위해 대서양을 건너는 배를 탔다. 그들이 향한 곳은 북아메리카가 아니었다.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였다.

1914년까지 아르헨티나 경제는 황금기를 구가했다. 무려 43년간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6%에 달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이었다. 세계 10대 부국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왔다. 당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인구중 절반이 외국출신이었다 아르헨티나는 꿈을 안고 이주해온 외국인들의 희망으로 가득 찼다. 인접국인 브라질은 비교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다. 지금 이 나라는 '브릭' 신흥 국가 대표주자인 브라질은 물론 인근 우루과이, 칠레를 추격하기 조차 힘겨워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영광은 군사정권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고 민주화가 이뤄진 30년 사이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악화일로다.

89년 60년만의 민주적 선거에 의한 정부가 탄생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89년 민주화 직후 2년간 벌어진 무려 2000%에 달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2001년 1000억달러 규모의 국가부도에 이어 지금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아르헨티나 몰락의 원인과 그에 대한 처방을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제시한 몰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정치다. 1930년, 1943년, 1962년 1976년까지 무려 네 번의 걸친 쿠데타에 의한 정권교체는 번번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극도의 포퓰리즘인 '페로니즘'은 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한 게 아니라 아예 망가뜨리고 있다.

정치가 엉망이니 외치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외교적으로도 아르헨티나는 외톨이다.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교류는 철저히 막고 있다. 심지어 인근 브라질 마저 아르헨티나에게 개방을 촉구할 정도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제채권국그룹인 파리클럽간의 채무상환 협상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아르헨티나의 지속되는 경제 부진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문덩어리다. 국민소득이론과 국민소득통계의 실증적 분석으로 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인 사이먼 쿠츠네츠가 세계를 선진국과 후진국, 그리고 일본과 아르헨티나로 나눈 것도 이런 이유다.

후진국들이 일본의 경제개발을 본따 산업화 노력을 기울이는 순간에도 아르헨티나는 풍부한 자원만 믿고 상품경제에 올인하는 길을 고수했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의 몰락을 다룬 저서를 준비 중인 라파엘 디 텔라 하바드대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회견에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다 보면 부상의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것이 지금 아르헨티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화 실패에 따른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력 부재와 엉터리 무역정책, 그리고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정책 대안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싹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100년전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것도 외부에서 들여온 철도 등 수송수단의 개혁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 스스로 만들어낸 '한방'은 지금껏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낮은 교육율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경제 개혁을 뒷받침할 외자유치도 어렵다. 투자 파트너인 스페인 정유회사 랩솔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국 에너지 업체 YPF를 국유화한 것은 해외 자본가들에게 적신호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의 위기 해법에 대해 금리를 더 인상하고 명확한 경제정책을 수립함과 동시에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면 최소한 지금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고통은 감수해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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