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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규제만들려면 1억어치 규제없애라"…달라지는 규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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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규제만들려면 1억어치 규제없애라"…달라지는 규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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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20일 발표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보면 감축시기와 감축목표, 감축건수 등이 수치와 숫자로 구체화된 게 특징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수치가 제시된 것은 정부의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치와 숫자는 처음에 제시하기는 쉽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목표 달성여부를 따져볼 때는 수치와 숫자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내놓으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으며 실천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올 10% 3년내 20%감축=이번 방안에서 자주 등장하고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0과 20이다. 정부는 기존과 신설규제, 미등록규제를 모두 규제로 양성화시키되 감축목표를 설정해 올해 안에 10%를, 2016년까지 20%를 감축키로 했다. 전체규제와 경제규제 모두에 적용된다. 현행 규제 1만5269건(2013년 기준)이 박근혜 정부 임기말인 2016년까지 최소 20% 줄어든다.
정부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제규제 1만1000건을 중심으로 올해 10%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6월까지 부처별로 감축 목표율, 규제 폐지 또는 개선안을 담은 '규제정비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처들은 내년부터 자율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다만 보건의료, 관광,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핵심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주요 덩어리 규제를 폐지한 성과가 뚜렷하면 숫자에 관계없이 목표량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각 부처의 규제정비 추진 실적은 국조실 평가를 통해 연말에 국민에게 공개된다. 이렇게 되면 2년 뒤에는 경제규제 중에서도 경제규제 부처 6700건, 사회규제 부처 3600건, 질서ㆍ안보관련 규제 부처 700건에서 모두 1100건의 규제가 사라진다.

◆규제총량제 건수 기준서 비용기준으로= 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신설시 '비용기준'으로 기존규제를 폐지하는 코스트인 코스트아웃(Cost-in, Cost-out)이다. 1억의 비용을 수반하는 규제를 신설한다면 기존 규제에서 1억원 어치에 해당되는 만큼을 없애는 방식이다. 2004년에 도입된 규제총량제는 건수를 기준으로 1건이 들어오면 1건이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규제내용이나 비용에 대한 고려없이 건수 기준으로 행정지침으로 운영돼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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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의 기준은 규제도입으로 국민 또는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즉 직접비용으로 한다. 직접비용은 직업훈련비, 장비구입, 전문가 자문비, 투입물 또는 생산물 대체 비용 등 피규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직접비용을 말한다. 간접비용은 직접적인 화폐지출을 동반하지 않는 비용이다. 창업수의 감소, 생산성 하락, 고용감소, 소비자 선택폭 감소, 경쟁의 감소, 혁신능력의 감소 등이 그 예이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가스배관 안전진단을 확대하는데 21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면 KS인증중소기업대표에 대한 의무교육을 폐지해 29억원의 절감효과를 봄으로써 8억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경우 남은 돈을 또다른 규제를 만들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규제비용적립제도 함께 검토 중이다.

다만 위기상황이나 긴급대처가 필요한 경우 또는 국민의 생명ㆍ안전과 직결된 규제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둬 비용총량제의 대상에서 빼도록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간접비용이나 규제유지에 따른 사회적 이득이 큰 경우에도 제외될 수 있다.비용산출이 도저히 어려운 규제는 등급으로 분류해 같은 등급 내에 규제들 간에 서로 간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지만 일부 정해놓고 나머지 다 푸는 네거티브도입=앞으로 신설되는 모든 규제에는 네거티브방식과 일몰제 병행해 성격에 따라서 네거티브 또는 일몰제를 전부 적용시키기로 했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하면 안 되는 금지만 몇 개 정해 놓고 나머지는 다 풀어 놓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규제들은 포지티브방식이었다. 할 것들을 명시해 놓고 나머지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일몰제는 기한을 정해놓은 것으로서 효력상실형 일몰제로 불린다. 이는 일정한 일몰 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이다. 다만, 신설되는 규제 중에서도 네거티브방식이나 일몰제를 해도 실효가 없는 규제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된다. 사회 안전이나 국제보편적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규제에 대해서는 일몰제도 적용된다. 현재 1만5000개의 등록규제 가운데 일몰이 정해져 있는 규제는 12%,1800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일몰비율을 30%까지, 정부 임기 내에 50%까지 높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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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규제는 일단 등록규제로 양성화시키되 규제비용총량제와 감축목표에 따라 감축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가 파악한 행정규칙은 최소한 1만5000개에 이르며 이 행정규칙 속에서도 상당수 미등록한 규제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숨어있는 규제였던 미등록 규제를 6월 말까지 전 부처로 하여금 등록을 시키는 의무를 부과하고 연말까지 국무조정실과 법제처가 합동으로 점검해 모든 미등록 규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등록이 안 된, 신고하지 않고 남아 있는 미등록 규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실효화를 시킨다는 방침이다. 규제로서의 효력을 없앤다는 말이다. 행정규칙이나 부령, 대통령령 같은 규제를 실효시키는 것은 행정부 내에 내부적인 조치로서 가능하다. 그러나 법에 의한 규제나 또는 규제의 성격상 실효를 시키는 것이 적당치 않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효력상실형 일몰제를 통해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는 원칙적으로 일몰되도록 할 예정이다.

◆규제개혁위원회도 개편=정부는 이번에 규제개혁위원회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규개위 산하에 비용과 등급심사를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규제비용 분석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규개위와 민관합동추진단의 연계를 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법ㆍ제도를 포함한 인프라 측면에서는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 수준으로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규제비용 총량제나 네거티브방식, 일몰제 적용 등 해당되는 조항이 전부 담긴다. 또한 시행령 이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소위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특별시행령 성격의 시행령을 통해 일괄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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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올해 국정과제 평가, 기관평가에서 규제개혁평가 비중을 대폭 높여 연말 기관평가에 규제개혁 성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하고 부처별로 감축과 개선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남은 과제 적지 않아=이번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와 국회, 지방정부,공무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다. 구체적 수치와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 이행과정에서 부처간, 공무원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부와 국회간, 정부와 이해단체간의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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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규제비용총량제 실시방법과 규제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부처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면서 "연내 10%감축은 쉽지 않은 목표지만 군살을 먼저 빼자는 측면에서 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협조와 관련해서는 "지자체는 조금 복잡하다"면서도 "규제 지수 발표 등 대안을 마련하고 안행부를 중심으로 작업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제기됐던 애로와 민원의 약 30%가 정부가 일하는 방법만 바꿔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만들고 제도를 바꿔도 공무원들의 의식과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또한 "규제개혁은 필연적으로 기득권층과의 갈등, 또 이해당사자 간의 이해의 대립이 반드시 수반돼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기득권층과 규제를 푸는데 관련된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투자 활성화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서 조금 더 양보해달라"고 호소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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