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앉아서 야구를 보는 것 같아요.”
15일 KIA와 두산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관중들은 외야 잔디석에 신기해했다. 지난 8일 개장식을 한 광주의 새 야구장은 지붕을 씌우기 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의 홈구장 세이브돔과 닮았다. 글쓴이가 1982년 10월 찾은 세이부 구장은 지붕이 없는 개방형이었다. 지금은 돔 구장이다. 구장은 둔덕을 그대로 살려 1, 3루 스탠드를 짓는 등 주변 지형을 최대한 살린 자연 친화적 구장이었다. 외야석은 잔디밭이었다. 미국 야구장 가운데 '○○ park(공원)'로 부르는 구장도 있다는 걸 미군 신문인 ‘성조지(Stars & Sripes)’를 보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시절이다. 실제로 잔디밭으로 된 외야석을 보고 글쓴이는 많이 놀랐다. 도쿄 북서쪽 부도심에 있는 이케부쿠로역에서 출발한 전철을 타고 사이타마현 세이부구장역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구장 외야에 있는 경기장 입구와 연결되는 것도 신기했다. 세이부 라이온즈와 주니치 드래건스의 일본시리즈 3차전이 끝난 뒤 경기장에는 ‘윙~’ 하는 소음이 가득했다. 응원용으로 날린 색종이 등이 널려 있는 외야석을 정리하기 위해 여러 대의 휴대용 청소기가 한꺼번에 작동했다. 모든 게 신기했다.
일본과 미국의 두 구장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 까닭은 광주 새 야구장의 외양이 두 구장과 비슷하기도 하고 구장 이름에 특정 기업의 이름이 들어 있기도 해서다. 서울도 부산도 아닌 광주에 이런 구장이 들어서다니. 국내 프로 야구도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 야구장이 생기면서 광주시에는 두 야구장이 이웃하고 있다. 새 야구장은 예전 종합운동장을 무너뜨리고 지었고 옛 무등 구장은 그대로 있다. 무등 구장은 아마추어 야구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내년 7월 열리는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 야구 종목 보조 경기장으로도 쓴다. 그러나 야구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스포츠팬들에게 경기장은 선수 이상으로 많은 추억을 남긴다. 글쓴이에게 무등 구장의 추억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10월 15일 해태 타이거즈와 MBC 청룡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무등 구장. 1만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중들이 들어찼다. 낮 경기였고 선선한 가을 날씨였지만 무등 구장의 열기는 한여름 야간경기만큼이나 뜨거웠다.
프로야구 구장 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낯간지러운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선수들과 더그아웃 뒤에 있는 허름한 감독실 의자에 앉아 경기 개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김응룡 감독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만 오면 원활하지 않은 배수 때문에 ‘개구리 운동장’으로 불리던 외야 그라운드부터 살펴야 했던 구단 직원들의 얼굴도 이제는 추억의 앨범 갈피에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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