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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혁신, 그 중심에 소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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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혁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는데 관련 기술의 완성도가 낮아질 경우 실제 양산시기에 못 맞추는 경우가 더러 있어 소비자들이 깜짝 놀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혹독한 시장의 평가가 이어져 매번 제품 개발 때마다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한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혁신'이라는 단어 하나에 전 세계 전자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간 애플을 필두로 한 전 세계 IT 업계의 경쟁 속에서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고민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TV 1위, 스마트폰 1위 업체로 자리잡은 뒤에는 무엇인가 내 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누군가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술,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는 기술을 선보여야 삼성전자의 혁신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아주 작은 곳부터 시작한다. 최근 혁신에 성공한 사례가 모두 그렇다.

아이패드를 내 놓은 이후 줄곧 태블릿PC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한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를 내 놓으며 다시 한 번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는 기존 제품과 비교할 때 기능상 별 차이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에서 보여준 혁신에 열광하고 있다.
혁신 포인트는 간단하다. 이전 제품이 660g의 무게를 갖고 있었던 반면 아이패드 에어는 469g에 불과하다. 성능은 더 높아졌지만 무게는 줄어들었다. 태블릿PC 사용자 대부분이 무거워서 손에 들고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에서 혁신 포인트를 찾아낸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 중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핏비트 역시 아주 작은 곳에서 혁신 포인트를 찾아냈다. 핏비트는 간단한 센서로 사용자의 운동량과 수면 상태를 측정해준다. 핏비트에 새롭게 탑재된 놀라운 기술은 없다. 운동량 측정 기술은 이미 나이키가 오래전부터 구현해 놓았고 수면 상태를 측정해 주는 기술은 조본이라는 회사가 내 놓은 바 있다.

핏비트는 기능면으로는 두 회사의 제품들을 더해 놓았지만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던 점을 크게 개선했다. 모듈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 손목에 팔찌처럼 차거나 허리 벨트에 간단하게 착용할 수 있게 했다.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쓰는 사람도 있고 주머니에 집어넣고 쓰는 사람도 있다. 매번 팔목에 차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을 개선하고 패션 액세서리화한 것이다. 무게는 경쟁사 제품보다 크게 줄어들어 13~14g에 불과하다. 신체 어느 곳에 착용해도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다.

차세대 게임 기기로 분류된 오큘러스 리프트는 머리에 쓰는 형태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다. TV, 모니터와는 달리 헤드셋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내장해 가상으로 초대형 화면을 보여준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소니가 먼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소니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는 쓰는 순간 어두운 방안에서 대형 TV를 보는 느낌을 준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여기에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더했다. 가상현실을 적용해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리면 마치 극장에서 화면을 이리저리 보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다. 게임을 위해 개발된 동작 인식 기능이 더해지며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들은 오큘러스 리프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TV,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하던 방법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위의 3가지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통점은 혁신의 중심에 소비자가 항상 있다는 점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은 없다. 단순히 무게를 줄이고, 더 작게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했을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렇게 작은 혁신에 열광한다. 혁신을 꿈꾸는 전자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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