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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안철수, 1차 목표는 민주당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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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으로 '6ㆍ4 지방선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신당 3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당은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고 서울시장을 비롯한 17곳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모두 내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연대론을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반색했다. 야권이 갈라서면 어부지리다. 민주당은 다급하다. 분열은 선거 패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신당과 민주당이 2ㆍ3등 싸움하는 것은 서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김한길 대표)라거나 "견제세력을 약화시키는 분열은 새 정치가 될 수 없다"(전병헌 원내대표)며 당 지도부가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구애는 짝사랑으로 흐르지 싶다. 안 의원의 목표는 2017년 대선이다. 새 정치를 표방한 안 의원이 '구태 정치의 표본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는 일은 생각하기 힘들다. 대안은 민주당을 등에 업거나 홀로 서는 것.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한 순간, 민주당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자일 뿐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분석이 솔깃하다. 박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신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낙선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두는 듯하다"며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의 광역단체장 2~3곳 당선 목표도 "호남에서 2석을 이기고 민주당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신당으로선 지방선거가 첫 도전이다. 가장 좋기로는 목표대로 2~3곳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악은 신당은 망하고 민주당은 흥하는 것이다. 차악은 둘이 같이 사는 것, 그리고 차선은 둘이 같이 죽는 것이다. '민주당과 2등을 겨루는 건 공멸로 가는 길'이라는 비난에도 연대론에 부정적인 이유는 하나, 모든 상황을 차기 대선과 연결 지어 보기 때문이다. 대선 가도에 민주당은 걸림돌이다. 당연히 신당의 1차 목표는 민주당을 깨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 다음이다.
왜일까. 연대로 야권이 승리하면 누가 실리를 챙길까. 덩치가 큰 민주당이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 재편론이 나올 게 뻔하다. 세가 약한 안 의원에게 득이 되는 구도가 아니다. 분열로 둘이 망하면? 역시 민주당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할 공산이 크다. 안 의원 체제는 흔들릴 리 없다. 역설적으로 민주당과 같이 사는 것보다 같이 죽는 게 되레 더 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게 현실 정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정치판에서 신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새정치추진위원회 면면은 대체로 민주당 출신이거나 흘러간 옛 사람들이다.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 창당 선언 후 첫 행선지는 민주당의 텃밭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였다.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의도다. '7當 6落'이라며 기존 정당의 돈 공천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렇다. 과거사를 끄집어내 상대방을 비난하는 행태, 많이 보던 수법이다.

안 의원은 어제 부산시민과의 간담회에서 "새정추 출범 이래 두 번 이상 방문한 도시는 부산이 처음"이라며 부산이 고향이라는 점을 각별 강조했다. 새 정치가 지향하는 '지역주의 극복'과는 사뭇 동떨어진 얘기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론'이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적극 해명하지 않는 것도 개운치 않다. 양보론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안 의원에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 아닌가. 이중 플레이다.

물론 야권 연대가 아주 끝장난 건 아니다. 안 의원은 18대 대선 때 '완주하겠다'고 하고는 후보 등록 이틀 전에 돌연 물러섰다. 정치적 셈법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민주당과는 2016년 총선 때 결판내도 늦지 않을 터.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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