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e뉴스팀]불륜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다. 그 두 글자는 부도덕함의 상징으로 한 때 많은 이들에게 경멸의 대상이었으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 온갖 장르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가 됐다. 불륜 이야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끄러운 실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인간의 유약함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인기 콘텐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는 부부의 불륜 생활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통정이 드러나며 바로 복수로 이어지는 자극적인 플롯이 아니라 불륜의 과정과 이후의 심리, 그로 인해 생겨나는 변화까지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소설 '그 기러기의 경우'(작가 이상운)는 중년 부부의 위기를 통해 인간의 유약함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에서 남자는 기러기 부부로 살던 중 우연히 만난 여자와 짧지만 강렬한 사랑의 날들을 보내고, 멀리 뉴욕에 머무는 아내는 갑작스런 이혼을 요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조기 유학과 함께 불거지고 있는 기러기 부부의 문제를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작품은 불륜에 대한 가감 없는 이야기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때 열렬히 사랑했던 커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애정의 크기가 줄어들고, 부부들은 점점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야 말로 우리가 그토록 숨기려 했던 사랑의 본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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