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는 '시간' 자체의 의미에 대한 탐구보다는 '시간 척도'를 정확하게 생성하거나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과거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시간의 표준을 삼았을 때 정확한 시간은 천문 관측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과 공전속도는 조금씩 느려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정확한 시간이 필요했고 1967년 원자의 고유 진동수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세슘 원자시계가 탄생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정확한 시계가 필요한지 필자에게 자주 묻곤 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경험하고 필요로 하는 시간의 정확도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과 휴대폰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천년에 1초가 틀리지 않는 정확한 시계가 관련된 시스템을 동기화해야 한다. 차량의 내비게이션 장비가 작동하려면 수만년에 1초 오차 이상의 원자시계가 위성에 실려 있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원자시계를 확보하기까지 20년 이상의 연구가 소요되었다. 경험이 아주 없는 상태에서 처음 원자시계 연구를 시작했을 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외국에서 적은 돈으로 사오면 되는데 왜 아까운 돈을 써 가면서 굳이 개발하려고 하느냐 하는 반론이었다. 상당기간 이런 비판은 계속됐다. 만약 단순한 경제적 이유로 연구 개발을 포기했다면 지금 발걸음을 내딛은 독자 항법 위성에는 외산 원자시계가 실릴 것이며 혹 원자시계가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수입이 불가능해지면 독자 항법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원자시계 개발 연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하는 연구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연구자들은 때때로 단기간의 경제적 효과로 연구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받는다. 다행히 과거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우리의 눈은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사회가 기초과학 분야의 마라톤 선수를 키울 안목과 여유가 생겼다고 믿고 싶다. 우리가 꿈꾸는 곳은 저 멀리 그러나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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