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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미래먹거리 여기 있다 외치는 바이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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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대기업이 바이오생태계서 같이 놀자

-"의약품 성공시키려면 10년간 1조원 필요…중소업체론 못 버텨"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지속 투자 가능한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정부 지원도 절실 발전법 제정 위해 온힘"

[아시아초대석]미래먹거리 여기 있다 외치는 바이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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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정일 산업2부장]"장기간의 투자와 연구가 전제되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발전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발전법이 있어야 이를 근거로 정부 지원책이 나오고 기업들의 참여도 확대되는 등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체질이 완성될 테니까요."

배은희 한국바이오협회장에게 가칭 '바이오산업발전법'은 오랜 꿈이자 숙제다. 18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바이오산업발전법을 추진하다가 타 부처 반대로 실행하지 못했던 쓰디쓴 경험을 맛봤다. 우리사회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라고 역설하면서도 발전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이중성'은 바이오산업의 뼈아픈 현주소라고 그는 꼬집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한국바이오협회에서 만난 배은희 회장이 발전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은 '바이오산업 발전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에서다. 바이오산업의 파이를 키우는데 필수적인 대기업들의 참여도 발전법의 기틀에서 진행돼야 시너지를 키울 것이라는 지론도 수차례 피력했다.

◆바이오벤처-대기업 동반성장으로 시장 키워야=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R&D)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성과를 내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려면 통상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조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R&D를 유지시킬 든든한 자금이 없는 바이오벤처는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개발 기간 동안 당장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 투자를 해야 하는 산업구조인 탓이다.

배은희 회장은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을거리로 각광받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R&D뿐만 아니라 개발한 이후에도 마케팅, 유통·판매 등 시장 개척도 만만치 않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작은 벤처를 육성하는 동시에 대기업이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함께 하면 바이오시장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출범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과거 한국바이오산업협회,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한국바이오연구조합으로 흩어져 있던 각 단체들이 2008년 11월 하나로 통합됐다.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중소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었다. 10여년 사이 국내 '바이오산업 지도'가 작은 벤처 중심에서 벤처와 대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바뀌었다는 방증이다.

배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바이오벤처기업이 생겨나는 동시에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처럼 자그마한 벤처가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400여개 대-중소기업을 한데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하며 동반성장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선순환구조 만들어야= '바이오벤처가' 출신인 배 회장은 국회의원으로 2008년 여의도에 입성하며 잠시 바이오업계를 떠났다. 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곳은 배 회장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회원 수는 150~200개에서 400개로 갑절로 늘었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의 투자 회수기간이 긴 것은 같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선순환구조를 잇는 투자 생태계가 죽어 있다는 것이다.

배 회장은 "미국은 초기 투자를 하는 투자자와 중반기, 후반기에 투자자가 구분돼 있어 투자생태계가 살아있는 반면 한국의 벤처캐피탈은 코스닥 상장 직전의 출구 앞에선 기업에만 투자해 조기에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며 "창업 초기 투자는 물론이고 기술 수출이나 인수합병(M&A)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에 성공해도 시장에서 외면 받으면 사장(死藏)된다. 개발부터 상용화 성공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엔드 유저(end-user)인 의사들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발을 담그도록 해야 한다"는 게 배 회장의 생각이다. 기술력만 믿지 말고 시장을 보면서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바이오기업의 90% 이상은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가 창업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기술이 전부라는 오류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험상도 그렇고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회사를 창업할 땐 기술이 전부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개발 이후엔 시장을 이해하고 펀드를 유치할 줄도 알아야 하더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발전법'부터 마련·체계적 지원해야= 그렇다면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손꼽고 있는 정부의 지원책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을까. 배 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부에서 바이오'산업'정책을 펼치게 된 것도 얼마 안 됐다. 현재 바이오산업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의 그늘 아래 걸쳐져 있다. 여러 부처가 조금씩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니 정책을 세울 때나 예산을 분배할 때 각 부처의 주력 사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다 (바이오산업 지원을) 한다고 하면서도 실질 지원은 약하고 아무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 현실"이라는 푸념까지 나온다.

배 회장은 "미래부는 R&D, 복지부는 의료, 산업부는 의료기구를 맡는 식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산업정책이 없었다"며 "그나마 지난 정부 때 지식경제부에 바이오나노과가 처음 생기고 7대 미래선도과제에 바이오분야가 따로 들어가면서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협회장으로 있는 동안 바이오산업발전법 제정에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 회장은 "다른 산업은 발전법이 따로 있지만 바이오는 아직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R&D나 의료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앞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한 번 시도해 업계의 오랜 염원을 실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배은희 한국바이오협회장은?

▲1959년 출생 ▲서울대학교 미생물학 학사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 세포분자생물학 박사 ▲1998~200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과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2002년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 ▲2006년 리젠 바이오텍 대표이사 사장 ▲2008년5월~2012년2월 제18대 국회의원 ▲2010년8월 한나라당 대변인 ▲2013년4월~현재 한국바이오협회장


정리=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사진= 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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