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늦은 시간 입항해 밤이 새도록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벌였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의 작동 소리도 우렁찼다.
현대콜롬보호는 지난해 12월 1일 정오 부산 신항 현대상선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발했다. '붕 붕 붕' 묵직한 기적소리와 함께 긴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6800TEU급 현대콜롬보호가 항만에서 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숙련된 경험과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자도 콜롬보호에 동승해 이같은 상황을 직접 목격하기 전 까지는 자동차 처럼 시동을 켜고 핸들만 돌리면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콜롬보호는 달랐다.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이 선장의 지휘에 항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 선장은 도선사와 함께 부두에 접안된 배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길이 304m, 폭 40여m로 63빌딩 보다 58m가 더 긴 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가 180도 회전하며 선수를 바다쪽으로 향하며 물길을 헤쳐 나갔다. 49일간 여정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콜롬보호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출품들이 가득했다. 전남 광양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중소업체의 한 사장은 중동지역에 판매할 새해 첫 제품을 이 배에 실었다. 경남 창원의 기계 부품 생산업체 대표도 동남아시아 지역 바이어에 납품할 제품을 선적했다.
이렇듯 콜롬보호에는 그들의 수많은 꿈과 희망이 실렸다. 현대콜롬보호는 아시아-중동 항로(KMS) 3만㎞를 49일간에 걸쳐 운항한다. 주요 기항지는 '부산-닝보-카오슝-홍콩-싱가포르-두바이-카라치-싱가포르-홍콩-닝보-광양'이다.
6800개의 컨테이너에는 자동차 부품과 같은 기계류, 냉장고ㆍTV 같은 가전제품, 타이어, 농산물, 의류 등 다양한 품목들이 꽉 차 있다. 백화점 처럼 없는 상품이 없을 정도다.
이쯤되면 이들 컨테이너의 가치가 궁금해진다. 가장 많이 운반하는 물품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의 경우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가득 실었을 경우 2700만원어치에 달한다. 이 자동차 부품으로만 현대콜롬보호를 가득 채운다고 가정하면 18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이 배를 운영하는 현대상선도 막대한 수익을 남긴다. 아시아에서 중동까지 1TEU당 컨테이너 운임 및 기타 비용을 합해보면 화물과 항구에 따라 다르지만 1800달러 정도다. 이를 계산하면 현대상선은 아시아에서 중동까지 가는 49일간 1200만 달러(130억원)의 운임 수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배의 1회 운항으로 얻는 경제적인 가치만 2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컨테이너에 들어 있는 제품들이 실제 판매 됐을 때 경제적인 가치는 더욱 증가한다.
최영만 현대상선 차장은 "2012년 344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해운업은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과 함께 5대 외화획득산업이다"며"조선, 항만, 철강, 기계, 금융, 보험, 해운중개업 등 전후방산업 연관 효과가 매우 커 우리나라에서 해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인이 느끼는 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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