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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수출한국]한번에 1800억원 어치 수출..없는게 없는 '바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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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2013년 12월 27일 새벽, 검붉은 여명을 뚫고 태양이 솟아 오르는 파키스탄 최대 항구도시인 카라치 항만. 현대상선의 현대콜롬보호가 희망찬 아침을 열었다.

전날 늦은 시간 입항해 밤이 새도록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벌였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의 작동 소리도 우렁찼다.
콜롬보호는 이곳에 컨테이너 300여개를 내려놓고 다시 200여개를 실고 첫 출발지였던 부산항으로 향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1일 부산 신항 현대상선 컨테이너터미널을 떠난지 27일 만에 귀환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성헌 콜롬보호 선장은 "우리 기업들의 정성이 담긴 수출품을 바닷길로 운송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해운업체야 말로 수출의 첨병이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콜롬보호는 지난해 12월 1일 정오 부산 신항 현대상선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출발했다. '붕 붕 붕' 묵직한 기적소리와 함께 긴 항해의 시작을 알렸다. 6800TEU급 현대콜롬보호가 항만에서 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숙련된 경험과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자도 콜롬보호에 동승해 이같은 상황을 직접 목격하기 전 까지는 자동차 처럼 시동을 켜고 핸들만 돌리면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콜롬보호는 달랐다. 하나의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이 선장의 지휘에 항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박슬기 3등항해사는 마이크로 "올 스텐바이, 올 스텐바이"라고 소리쳤다. 선박 승무원들이 출항을 위해 맡은 바 위치에서 준비를 하라는 신호다. 안진철 1등항해사는 선수(forecastle), 도호영 2등항해사는 선미(poop)에서 각각 상황을 체크했다. 이 선장은 선박 운항의 컨트롤 타워인 브릿지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마치 슈퍼볼 경기에서 감독이 모든 경기 상황을 장악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이 선장은 도선사와 함께 부두에 접안된 배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길이 304m, 폭 40여m로 63빌딩 보다 58m가 더 긴 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가 180도 회전하며 선수를 바다쪽으로 향하며 물길을 헤쳐 나갔다. 49일간 여정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콜롬보호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출품들이 가득했다. 전남 광양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중소업체의 한 사장은 중동지역에 판매할 새해 첫 제품을 이 배에 실었다. 경남 창원의 기계 부품 생산업체 대표도 동남아시아 지역 바이어에 납품할 제품을 선적했다.


이렇듯 콜롬보호에는 그들의 수많은 꿈과 희망이 실렸다. 현대콜롬보호는 아시아-중동 항로(KMS) 3만㎞를 49일간에 걸쳐 운항한다. 주요 기항지는 '부산-닝보-카오슝-홍콩-싱가포르-두바이-카라치-싱가포르-홍콩-닝보-광양'이다.

6800개의 컨테이너에는 자동차 부품과 같은 기계류, 냉장고ㆍTV 같은 가전제품, 타이어, 농산물, 의류 등 다양한 품목들이 꽉 차 있다. 백화점 처럼 없는 상품이 없을 정도다.

이쯤되면 이들 컨테이너의 가치가 궁금해진다. 가장 많이 운반하는 물품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의 경우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가득 실었을 경우 2700만원어치에 달한다. 이 자동차 부품으로만 현대콜롬보호를 가득 채운다고 가정하면 1800억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이 배를 운영하는 현대상선도 막대한 수익을 남긴다. 아시아에서 중동까지 1TEU당 컨테이너 운임 및 기타 비용을 합해보면 화물과 항구에 따라 다르지만 1800달러 정도다. 이를 계산하면 현대상선은 아시아에서 중동까지 가는 49일간 1200만 달러(130억원)의 운임 수입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배의 1회 운항으로 얻는 경제적인 가치만 2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물론 컨테이너에 들어 있는 제품들이 실제 판매 됐을 때 경제적인 가치는 더욱 증가한다.

최영만 현대상선 차장은 "2012년 344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해운업은 석유제품,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과 함께 5대 외화획득산업이다"며"조선, 항만, 철강, 기계, 금융, 보험, 해운중개업 등 전후방산업 연관 효과가 매우 커 우리나라에서 해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인이 느끼는 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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