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있고 귀는 없다, '버티기 게임'
철도노조 파업이 18일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대화의 상대인 철도노조 집행부는 급기야 조계사로 들어가 몸을 피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 것은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으로 투쟁에 나선 노조의 투쟁전략에 따른 측면이 크다. 하지만 노조에 별다른 출구를 주지 않고 강경대응 일변도로 나서고 있는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나 정치 부재 속에 양측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나 철도노조 모두 패자가 될 뿐이다. 양측의 입장에 대한 간극이 워낙 크지만 대안을 찾고 양측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를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닌 갈등 조정의 관점에서 보면 해결의 출구가 있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예정된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서울 이문동 철도차량 기지를 방문했다. 철도차량 기지를 방문해 현장에서 정비하는 직원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총리의 현장 방문이 문제를 해결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대통령의 이에 대한 시각이 변하지 않는 한 정부와 철도 노조 양측이 모두 마주 달리는 기관차의 신세를 면할 길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 상황을 청와대도 노조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와 '시스템'을 깰 권리는 현 정부도 철도 노조도 갖고 있지 않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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