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 시장 부진에도 내년 약세 전망 무리…美 회사채·정크본드 발행 사상 최대, 기관투자자들 중심으로 채권 수요 여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대전환 시나리오는 영원히 들어맞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채권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최근 보도했다.
반면 지속적인 출구전략 우려에 따라 채권 시장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미 채권 시장 수익률을 보여주는 바클레이스 채권지수는 올해 1.8%나 떨어졌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흐름이 채권 시장의 전반적 약세를 의미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식시장의 선전이 채권 시장의 부진을 담보로 하고 있지 않은 만큼 대전환 시나리오는 전제 자체가 틀렸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美 회사채·정크본드 수요 튼튼= 올해 미 회사채 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올해 미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발행액 1조660억달러(약 1120조원)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미 정크본드 발행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미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이 지난 9월 발행한 사상 최대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는 발행액(49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1000억달러의 투자금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 RBS증권의 에드워드 마리난 신용전략부문 대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대전환이 있다면 이는 국채에서 회사채·정크본드로의 이동이지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이동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대전환은 없을 듯= FT는 내년에도 채권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전 세계적인 국채·회사채 발행 열풍에도 불구하고 발행 규모는 여전히 금융위기 직전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채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지만 내년에 3.5%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이란 분석이 많은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준다.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데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내년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그 근거다. 특히 보험사나 연기금,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미 증시가 올해만큼 선전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대전환 시나리오가 들어맞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올해 미 증시의 상승폭이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점과 역대 미 FRB가 양적완화를 축소했을 때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점 등이 그 이유다.
미 투자기관 페이든앤드라이겔의 제임스 사니 이사는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금리상승이 아니라면 채권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완화 축소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사이 채권은 여전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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