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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장기화에 인명사고까지…지하철은 '불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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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8일째 파업 '최장기', 16일부터 지하철 감축 운행
기관사 피로도 상승에 대학생 대체인력 투입하면서 시민들 '불안'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위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 얼마나 대처를 잘할 수 있겠나. '나한텐 그런 일이 안 생기겠지' 생각하면서도 불안하다."(이주희씨·33세)

"벌써 몇 번째 지하철 사고가 났는데 매번 시민만 피해를 입는다."(강진규씨·42세)
철도노조의 파업이 8일째를 이어가고 있는 16일 오전. 새로운 주의 시작을 알리는 첫날이지만 잇달아 발생하는 열차 사고로 출근길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코레일이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대학생이 탑승한 열차에서 인명사고가 나면서 직원들도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근무에 들어갔다.

▲ 16일 오전 7시30분께 지하철1호선 서울역에서 철도파업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대학생이 시민들의 승·하차를 지켜보고 있다.

▲ 16일 오전 7시30분께 지하철1호선 서울역에서 철도파업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대학생이 시민들의 승·하차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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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지난 9일 파업 돌입 이후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소속 학생 238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이들은 열차 맨 뒤칸에 탑승해 승객들의 승하차를 지켜보고 기관사에 출발 여부를 무선으로 통보하는 '차장' 역할을 담당한다. 이날 오전 1·4호선이 교차하는 서울역에서도 '대학생 차장'이 탑승한 지하철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대학생 차장들은 승객이 탑승 완료한 것을 확인하고도 불안한 듯 지하철 문을 서너 차례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거나, 상체를 열차 바깥으로 빼 탑승장 상황을 한참 지켜보다 출발하기도 했다.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있긴 하지만, 서울역의 경우 승강장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육안으로 2차 확인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서울역에서 천안방면 열차를 기다리던 박기철(61)씨는 열차 맨 뒤칸에 타고 있던 대학생을 보며 "열차 운행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경험도 없어 보이는 저런 어린 친구를 투입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한숨을 쉬었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전동차 운행률을 무리하게 높이려는 코레일 때문에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장은 열차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과 사고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10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 관계자는 "당장 대체인력 투입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계획은 없다"며 "시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운행률을 조금이라도 유지하려는 방침 역시 변함은 없으며 노조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기관사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경험이 거의 없는 대체인력이 투입되면서 사고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 여파로 이날부터 수도권을 오가는 열차(오전9시~오후6시)는 주중 2109회에서 1931회로 178회(8.4%) 감축운영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종전처럼 운영돼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추가적인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등 일반 열차의 감축 운행에는 시민들이 '적응'한 모습이었다. 이들 열차의 매표창구나 안내소는 시민의 문의가 이어지던 지난주에 비해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었다. 서울역 안내데스크에 있던 한 직원은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감축 운행되는 걸 모르고 문의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파업 안내가 계속되고 있어서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발권 창구에서도 항의를 하거나 감축에 대한 이유를 묻는 시민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편 철도노조는 주말인 14일 노조원 1만2000명과 민주노총 및 시민단체 회원 8000명 등 총 2만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상경집회를 연 데 이어 정부가 노조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9일 2차 상경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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