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특파원 리뷰]국내 대기업 수난, 뉴욕에도 불똥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코리아소사이어티 본부 사무실이 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국전쟁 당시 미 8군단장을 지낸 벤 브프리트 장군의 주도로 1957년 창립된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의 창립 취지와 활동 목표는 한미 간의 이해와 협력 증진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곳에선 수시로 한국의 정치는 물론 전통문화와 음식, 영화 등 문화 전반에 대한 강연이 열린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도 뉴욕을 방문하면 으례 기념 강연을 하곤 한다.
지난 9월26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해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만찬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등도 방미 중 뉴욕에서는 코리아소사이어티 만찬에 참석, 기념 연설을 한 바 있다.

최근 뉴욕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 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잠시 화제에 올랐다. 이 임원은 자신이 최근 코리아소사이어티를 방문했다가 관계자들로부터 하소연을 한참 들었다고 했다. 재정문제로 압박을 받는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개인 및 기업들의 재정 후원을 통해 운영된다. 특히 한국 기업의 재정지원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의 웬만한 대기업들은 후원업체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요즘 한국 기업들로부터의 지원이 예전 같지 않더란다.
코리아소사이어티 측도 나름 그 이유를 파악했을 터. “요즘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이 생겨서 후원 문제를 꺼내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다.

말을 듣고 보니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릫이런저런 복잡한 사정릮들이 참 많아졌다.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10위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수감 혹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4위 CJ의 이재현 회장은 장기이식 수술을 하면서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이다. 25위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도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6위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외압 논란 속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사퇴 압박에 버티던 11위 KT의 이석채 회장도 진통 끝에 결국 물러났다. 이 밖에 한진(9위) 동부(17위) 금호아시아나(18위) 현대(20위) 그룹 등은 경영난으로 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고, 두산그룹(12위)도 최근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했다. 35위 동양그룹은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알게 모르게 쌓이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의 그 릫복잡한 사정릮들이 태평양을 건너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의 재정 고민으로까지 파급을 주고 있는 셈이다. 릫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릮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나비효과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진짜 걱정되는 나비효과는 이 미묘한 파장이 비단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장 겉으론 드러나지 않아도 이미 각 기업들의 경영현장에 내상을 입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이다. 이런 문제가 켜켜이 쌓이다 보면 결국 한국 경제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매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걱정이 더 자라는 것 같다. 기우였으면 좋겠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