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수시로 한국의 정치는 물론 전통문화와 음식, 영화 등 문화 전반에 대한 강연이 열린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도 뉴욕을 방문하면 으례 기념 강연을 하곤 한다.
최근 뉴욕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체 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잠시 화제에 올랐다. 이 임원은 자신이 최근 코리아소사이어티를 방문했다가 관계자들로부터 하소연을 한참 들었다고 했다. 재정문제로 압박을 받는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개인 및 기업들의 재정 후원을 통해 운영된다. 특히 한국 기업의 재정지원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의 웬만한 대기업들은 후원업체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요즘 한국 기업들로부터의 지원이 예전 같지 않더란다.
말을 듣고 보니 요즘 한국의 대기업들은 릫이런저런 복잡한 사정릮들이 참 많아졌다.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과 10위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수감 혹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4위 CJ의 이재현 회장은 장기이식 수술을 하면서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할 처지이다. 25위 효성그룹의 조석래 회장도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6위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외압 논란 속에 사퇴 의사를 밝혔고, 사퇴 압박에 버티던 11위 KT의 이석채 회장도 진통 끝에 결국 물러났다. 이 밖에 한진(9위) 동부(17위) 금호아시아나(18위) 현대(20위) 그룹 등은 경영난으로 채권단의 압박을 받고 있고, 두산그룹(12위)도 최근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했다. 35위 동양그룹은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알게 모르게 쌓이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의 그 릫복잡한 사정릮들이 태평양을 건너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의 재정 고민으로까지 파급을 주고 있는 셈이다. 릫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릮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나비효과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진짜 걱정되는 나비효과는 이 미묘한 파장이 비단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장 겉으론 드러나지 않아도 이미 각 기업들의 경영현장에 내상을 입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이다. 이런 문제가 켜켜이 쌓이다 보면 결국 한국 경제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매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다 보면 이런 걱정이 더 자라는 것 같다. 기우였으면 좋겠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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