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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국의사 2만명 "정부, 일방적 의료정책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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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회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회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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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정부는 의료를 살리겠다고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정책들이 오히려 의료인 몸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전국 의사들이 투쟁에 나선 것은 정부의 이런 일방적인 정책을 막기 위해서다."

15일 오후 2시. 평소 휴일이면 조용한 서울 여의도공원이 '투쟁'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쌀쌀한 영하권의 날씨에도 전국에서 2만여명의 의사들이 모여 정부에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참가자들은 '메스' 대신 '의료악법 철폐하여 국민건강 지켜내자'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의사대회'를 위해 2000년 만났을 당시 모습이 13년 만에 같은 곳에서 재현된 것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대회 궐기대회'를 여의도공원에서 열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의무경찰들의 모습도 속속 보였다. 경찰 추산 집회인원은 1만명. 의협은 2만명으로 내다봤다.

의료계는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가로막고 있고 회복 불능 상태로 나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회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회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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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노환규 비상대책위원장은 "나 자신보다 환자의 안녕을 더 우선하고 환자를 위한 희생을 평생토록 보람으로 알고 살아온 의사들이 최근 정부의 강압적인 의료정책으로 신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며 "의료는 피를 흘리고 있다. 의사들도 피를 흘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노 위원장이 불시에 목에 칼을 대고 정부를 지탄하자 참석한 의사들의 투쟁 목소리도 더욱 뜨거워졌다.

추운 날씨. 곳곳에 설치된 난로에 뭉쳐 있는 의사들의 코끝은 빨갰지만 눈동자는 또렷했다. 사회자의 선창에 참가자들은 목을 놓아 '투쟁' '단합'을 외쳤다.
정부의 원격의료정책이 이날 대회의 난타 대상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10월29일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사가 컴퓨터·화상통신 등 기술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길을 튼 것. 다만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재진환자나 상시적인 질병관리가 필요한 환자, 병·의원 이용이 어려워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로 제한했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6개 보건의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원격의료=의료영리화로 가는 발판'이라는 비판과 안전성 미흡 등의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목소리가 거세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당정협회를 열고 의료계 반발을 가라앉힐 만한 '당근책'을 반영한 수정안을 만들었다. 원격의료만 행하는 전문 의료기관을 금지하고 초진의 경우 원격의료를 이용한 진단·처방은 의원급에서 자주 진료하는 경증질환으로 한정하는 등 원격의료 대상을 축소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안 수정으로 동네의원 중심의 국민편의 제공, 의료접근성 제고라는 입법 취지가 더욱 명확해졌다"며 "그동안 원격의료의 산업적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돼 의료민영화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 관계부처와의 정책 조율기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회궐기대회에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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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료계의 성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부산지역 한 의사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함으로써 의료 대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도서벽지, 노인 등 취약계층환자를 위해 원격의료를 성급히 추진할 것이 아니라, 왕진 등 1차 의료와 연계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책임소재 문제도 지적됐다. 충남대전지회 회원은 "환자의 책임이나 장비의 결함을 의사가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결국 의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변영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는 이런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악법들이 폐기될 때까지 전국 의사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과 의사들 없이는 모든 보건의료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정부에 경고했다.

의협은 이번 대회를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문제로만 국한하지 않고 의료와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해 잘못된 의료제도와 정책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한 번 무너진 의료생태계는 절대 다시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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