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음독주민 결국 사망…주민들 '침통'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한전의 송전탑 건립을 반대해 오다 농약을 마신 경남 밀양 주민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나흘 만에 숨졌다.

밀양 송전탑 건립을 반대하던 유한숙(71)씨 지난 2일 오후 8시50분께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셨다.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유씨는 6일 새벽 3시5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밀양 영남종합병원 내 농협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주민들의 조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경태 민주당 의원도 이 곳을 찾았다.

조 의원은 "송전탑 반대 주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송전탑 비극이 지난해 1월 이치우 씨의 분신 사망 사건에 이어 또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문을 온 주민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북면 주민 이남우(71) 씨는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그는 "(송전탑 건립) 반대 마을은 울음바다를 이루고 있고 주민 대부분이 한전의 공사 강행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성토했다.

경찰은 현재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남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공사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공사 강행으로 순고한 주민을 숨지게 한 데 사죄하고 공사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한편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유족이 대책위의 공사반대 입장을 함께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유족 회의에서 조만간 구체적인 장례 절차와 일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