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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굴'에 갇힌 박원순표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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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동물원發 악재…시민 안전·예산·동물보호 간 접점 찾기에 고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동물복지'와 '행정'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서울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이어 터지는 '동물원발(發)' 악재로 큰 시험대에 올랐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는 동물정책과 관련한 부서를 신설하고 불법포획돼 각종 쇼에 동원되던 대공원 돌고래를 방사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인명사고로 이어진 이번 호랑이 사고로 인해 시민 안전 및 예산과 동물복지 간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시가 동물복지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대공원에서 각종 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에 방사하는 것이 결정되면서 소송과 비판이 잇달았다. 공연업체가 결정에 불복하면서 국내 첫 돌고래 소송이 진행됐고, 7억5100만원이 투입된 '정치 이벤트'라는 수식어도 따라붙었다.

▲ 서울대공원에 머물던 당시 '제돌이'의 모습

▲ 서울대공원에 머물던 당시 '제돌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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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제돌이가 방사될 때까지 시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부터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고 이를 인간이 지켜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온 박 시장의 '동물보호론'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셈이다.

당시 박 시장은 "한 사회가 업그레이드되고 품격이 있다는 것은 인간을 넘어 생태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고 대우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서울도,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생태와 자연을 아울러 바라볼 수 있는 지성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박 시장의 '신념'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대공원이 시베리아호랑이를 좁은 우리에 가둬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공간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대공원이 말하는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돌이를 통해 전시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큰 계기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을 노출하고 만 것이다.

예산 부담도 난제다. 사고 이후 시는 시설보수 예산을 증액하고 동물원에 폐쇄회로(CC)TV 설치, 펜스 보강 등을 보강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대공원에 이런 식의 지원을 매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서울대공원 전체 예산은 232억원, 지난해 적자 규모는 170억원 수준이다.

10년째 동결된 입장료(1000~3000원)를 올려 이를 시설보강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민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과 맞물리면서 이 역시 실행에는 난관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물복지 관련 중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유기견 보호 사업 등에서 확인한 것처럼 아직은 동물복지에 투입되는 예산에 대한 시민의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어 관련 분야에 예산을 증액 배정하는 것이 쉽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상보육과 기초노령연금 등으로 시민 복지정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어서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여겨졌던 동물 분야에 대한 예산을 추가 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개념을 반영한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숙제다. 일단 서울대공원 측은 전문가 자문을 활성화하고, 직원교육과 동물관리 매뉴얼을 보강해 이전의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전에 동물원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시설물을 개선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그동안은 동물원 운영이 '전시와 관람'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꾸려져 왔지만 이번 사고를 비롯, 동물보호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동물원 운영의 방향전환도 함께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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