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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종 교과서 집필진이 수정명령취소 소장에서 밝힌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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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집필진(한필협)이 4일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소송의 원고는 지난달 29일 교육부로부터 수정명령을 받은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 등 6종 교과서의 집필진 가운데 출판사별로 2명씩이 총 12명이 나섰다. 피고는 교육부 장관이다.

소장은 "정부의 수정명령과 이와 관련된 절차에 위법성과 위헌성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수정명령이 취소돼야 하며 수정명령에 대한 효력도 정지돼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한필협은 "수정명령의 법적 근거는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제1항인데 이 조항은 모법인 초·중등교육법이 하위법에 위임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음이 명백한 만큼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따라서 위헌인 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필협은 "교과서들에 대한 정부의 수정명령 내용을 보면, 사실상'수정'의 정도를 넘어 특정 사관의 반영을 강요하는 등 실질적으로 교과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는 데 이르고 있다"면서 두 사례를 제시했다.

하나는 "6ㆍ25 전쟁의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북한의 기습 남침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교체할 것(미래엔에 대한 수정명령 2번)"이며 다른 하나는 "북한 주민 인권 문제의 구체적 사례가 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수정할 것(천재교육에 대한 수정명령 7번)"이다. 한필협은 "상당수가 교과서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필협은 또한 "교육부는 애초 거쳤던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함이 명백하며 그렇지 않으면 행정청이 수정명령을 통해 검정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잠탈(규제회피)할 수 있고,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등 적법한 검정절차를 거쳐 검정의 합격결정을 받은 자의 법률상 이익을 쉽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성출판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한 올해 2월 대법원 판결도 소장에 포함시켰다. 지난 2월 대법원은 검정을 거친 교과서 내용을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새로운 검정절차를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교과용도시심의회의 심의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한필협은 "교과서 내용을 변경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이는 검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하는데 교육부의 수정명령은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은 심의회를 통해 대단히 짧은 기간의 심의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필협은 수정심의회의 심의절차와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교육부의 위임을 받아 진행하는 한국사교과서의 심의는 크게 기초조사와 본심사, 이의신청으로 나뉘고 각각의 절차는 연구위원 및 검정위원의 연수 및 합숙조사 뿐만 아니라, 결과보고서 정리, 종합논의 등 다양한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검정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은 보통 8개월이다.

한필협은 이를 근거로 "국사편찬위원회가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검정 절차의 경우 명확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교육부가 구성한 자문위원회나 수정심의회는 법적 근거 자체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수정심의회의 심의가 이루어진 기간은 2주 정도로 통상의 검정절차에 비해 이례적으로 짧아 검정에 준하는 정도의 충분한 심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정심의회의 심의위원 명단이나 회의 일시, 회의록 등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는 것도 심의가 객관적이고 엄격한 절차 안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필협은 전날 교육부에 제출된 교학사를 포함한 7종 출판사의 수정·보완 대조표에 대해서는 추후 법률적 검토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필협은 "출판사들이 낸 수정·보완 대조표는 집필자들의 동의없이 출판사들이 임의로 작성해 제출한 것으므로 집필자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면서 "물론 검정취소의 압력에 못이겨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집필자들의 동의없는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판사는 계약서에서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이행하기로 했다는 것을 내세우지만 불법적인 명령마저 집필자들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집필자들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필협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어디에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전문가 자문위와 수정심의회의 명단과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출할 것"이라며 "검정위원 및 연구위원 조차 공개하는 마당에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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