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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업에 입대한 '경제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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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륜계기산업에는 9명의 산업기능요원들(사진 오른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일우씨, 박정민씨, 이종하씨, 강준원씨, 김민수시, 정석훈씨, 박홍희시, 박주현씨)이 근무중이지만 1명은 현재 논산훈련소에 기본훈련을 받고 있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륜계기산업에는 9명의 산업기능요원들(사진 오른쪽 뒤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일우씨, 박정민씨, 이종하씨, 강준원씨, 김민수시, 정석훈씨, 박홍희시, 박주현씨)이 근무중이지만 1명은 현재 논산훈련소에 기본훈련을 받고 있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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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인천 남동공단 내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업기능요원은 (고교) 졸업생 위주로 확대해 2015년부터는 전원을 특성화고 졸업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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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를 대신해 일정기간동안 병역지정업체에서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18일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대륜계기산업을 찾아가 보았다.

대륜계기산업은 휴대용측정기, 자동화저울 등 계량계측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오피스텔처럼 생긴 아파트형 공장에 들어서니 1157㎡(350평) 규모로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 않았다. 공장 한켠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인사를 건넸다. 활기찼다.

직원의 안내로 먼저 찾아간 곳은 염분측정기 생산실. 직원 10여 명이 큰 테이블에 앉아 측정기를 조립하거나 염분측정시험에 매달리고 있었다. 직원들 대부분이 젊었는데, 일부는 앳되보였다.
이 회사 서인호 사장은 "이 친구들이 산업기능요원"이라면서 "우리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다.

서 사장이 산업기능요원을 확보한 데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82년 창립된 대륜계기산업은 직원 3~4명의 소기업으로 출발했다. 직원이 적다보니 생산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생산됐다. 단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성능이 입증됐지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산업기능요원이었다. 대륜계기산업은 2002년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받고 첫 해에 산업기능요원 2명을 배치받았다.

서 사장은 "처음부터 산업기능요원에 대해 신뢰를 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업무 이해도가 빨라 해가 갈수록 산업기능요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60억원 가운데 30%를 산업기능요원이 달성했다.

현재 대륜계기산업에 근무하고 있는 산업기능요원은 9명이다. 이들의 급여는 일반직 사원보다 적다. 적은 노동비용으로 생산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셈이다.

산업기능요원 입장에서도 군복무 대체효과는 크다. 습득한 기술을 군복무 기간동안 갈고 닦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역 후 취업으로 이어져 일거양득이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병역지정업체를 찾는 직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림대학교 사학과 1학년을 재학하다 산업기능요원의 길을 택했다는 강중원씨(24)는 이 회사에서 1년 1개월째 근무중이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대학 재학시절 전자기기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강 씨는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동기들에 비해 취업을 빨리 한 셈"이라면서 "현역병인 친구들이 국가안보를 지킬 때 산업현장에서 경제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특례업체에 취업하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정석훈씨(24)는 2년 6개월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정씨는 "실업고등학교에서 쌓았던 기술을 공백없이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회사를 거쳐간 산업기능요원만 50여 명. 이중에는 전역후에 중소기업 사장이 된 산업기능요원도 있다. 병역자원이 풍부했던 1973년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도입된 이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했고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의 핵심인재를 육성한 셈이다.

하지만 서사장에게는 최근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산업기능요원제가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제도가 끊긴다면 인력난 때문에 공장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서 사장은 "인력난도 걱정되지만 전문생산인력이 국내에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된다"면서 "산업기능요원 같은 전문생산인력이 없어진다면 중소산업의 기초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장을 빠져나오니 어둑해진 분위기에서 구로디지털단지의 불빛이 유난히 빛났다. 기초산업을 유지 하고 있는 이곳에서 산업기능요원들은 총 대신 산업 최전방에서 국가경제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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