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도심 공간과 소통하는 민주적 정신·· '게릴라미술' 이구영전 27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미술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 ? 지구상 최초의 미술품은 약 1만5000년 전에 그려진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 출토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조각상' 등을 꼽는다.

이런 작품들은 오늘날 예술적인 가치 혹은 개인적 사상을 표현하고 현실을 반영해 가는 것과는 달리 생존을 위한 미술품이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거나 자손의 번성을 담은 마음들이 함축돼 있으며 집단성을 표출하고 있다. 본래 미술은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아주 오래된 시각 언어다.
그러나 미술은 사적 소유의 수단이 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등 미술과 사회구성원간의 괴리가 넓어졌다. 고상한 생산물, 훈련된 이들의 아주 특별한 영역, 신비화된 생산자와 생산과정 등 수많은 요인들로 미술이 변질돼 왔다.

사람들은 미술로부터 멀어지고, 미술이 삶을 떠나면서 소통의 도구라는 본래의 성격을 잃은 측면이 있다. 심한 경우 권력이나 자본과 결탁해 사회 구성원이 누려야할 소통, 교감을 고사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문화재가 때로 혐오시설로 둔갑한 개발 만능 시대에 미술은 더 이상 소통의 도구이기를 거부한다.
구일역 허브수 벽면 작품.

구일역 허브수 벽면 작품.

AD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형국에 공공미술가 이구영은 아주 독특한 존재다. 도시의 문화게릴라로 미술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작업으로 18여년을 바쳤다.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만난 사람들-아이들, 학생, 아주머니, 아저씨 등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고 나누고 이야기하며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해 왔다.

말하자면 이구영은 환경미술, 거리미술, 참여미술 등으로 불리는 공공미술을 생산, 기획하는 미술가다. 이처럼 미술의 사회적 책무를 위해 생산한 벽화와 공공미술작품이 200여점에 이른다. 주로 작업실 대신 거리, 전시실 대신 도심 공간으로 미술을 끌고 나와 소통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작품이 아니다.
그런 결과물이 '공공미술-게릴라미술'전이다. 27일 광화문역(5호선) 7번 출구 내 광화랑에서 열린다. 전시 장소가 전철역 지하도로 출퇴근하느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관람객으로 삼고 있다. 도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이구영의 작품이 소통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당진 벽화예술길 주민참여 벽화.

당진 벽화예술길 주민참여 벽화.

원본보기 아이콘

대우 테크노 큐브 벽화.

대우 테크노 큐브 벽화.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여름 당진의 일반 자원봉사자 1500여명과 함께 작업한 '당진 벽화예술거리' 작품은 총 3개 구간, 1km에 달한다. 시민들과 미술기획가가 만나 죽어있는 구도심에 생기를 불러일으키고, 미술의 사회적 기능을 재현시킨 사례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전형으로 평가할만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일역 허브수 벽면작품, 당진벽화예술길, 대우테크노 큐브 벽화, 인디아나 존스-벽면요철 등 다양한 공공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도심에 새로운 문화경관을 부여하기 위한 공공미술은 삶의 공간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재발견하고, 낡은 도심을 재생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도시의 회화적 커뮤니티 개발을 위한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해가는 이구영의 공공미술전은 우리 일상의 삶을 인문화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공공미술, 즉 미술의 민주적 정신이 더욱 뚜렷이 표출되는 형식과 기법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