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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기적의 비색' 고려 청자실 새 단장…26일부터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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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국보 제95호 청자투각칠보문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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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 세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받침과 몸통, 뚜껑 등 세 부분이 이루는 균형감으로 하여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조형성을 이룬다. 여기에는 음각, 양각, 투각, 퇴화(堆花), 상감, 첩화 등 다양한 제작기법이 조화롭게 적용돼 있다. 이는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명품이다. 특히 향이 빠져나오는 뚜껑은 완벽하게 둥근 모양을, 향을 태우는 몸통은 여러 겹의 연꽃이 감싸고 있다,
# '청자 투각 연꽃무늬 붓꽂이', 즉 필가(筆架)는 붓을 꽂아 보관하는 문방구다. 몸통의 양옆에 장식된 용머리는 갈퀴, 수염, 송곳니, 비늘 등의 양각기법으로 정밀하게 묘사돼 있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이 작품은 당시 왕실이나 귀족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가는 존재 자체가 희귀할 뿐 아니라 아름다운 조형과 유색 등에서 고려 청자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고려비색 천하제일(高麗翡色 天下第一)’ 중국 송나라의 태평노인(太平老人)이 쓴 책 '수중금(袖中錦)' 중 ‘천하제일天下第一 조’에 나오는 말이다.

고려에 사신(1123년)으로 온 송나라 서긍(徐兢, 1091~1153)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고려인은 도기의 푸른 빛을 비색이라고 말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우리 청자의 푸른 빛깔을 '비색(翡色)'이다.
1740년부터 도자기 안료를 연구, 1000여개의 안료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기요업소는 19세기말 고려청자의 입수, 지금껏 그 색깔을 재현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세브르도는 고려청자의 색깔을 불가사의한 것으로 취급한다. 비단 고려 청자는 환성적인 기적의 색감을 보여주면서 '상감'이라는 독특한 조형성을 보여준다. 12∼13세기 중국조차 고려청자의 국제적 위상을 인정하 듯 그 색감과 형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 상설전시관 청자실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에 청자실을 새 롭게 단장한데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실 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전시는 주제별로 구성해 고려청자의 역사 흐름을 통해 청자의 미의식을 보여주면서도 디자인면에서 전시 환경을 대폭 개선해 청자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게 배치했다. 청자 전시실이 새로 개관함에 따라 과거 60여 점(파편 제외)였던 청자 콜렉션이 국보 11점, 보물 6점을 포함한 160여 점으로 대폭 늘었다.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청자들이 모두 망라돼 있다.

지난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이전 개관 당시의 청자실 구조물을 보완하고 벽과 진열장의 색상을 모두 바꿔 전시 디자인은 새롭게 조성했다. 크기가 작은 유물은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진열장 형태도 교체했다.

청자는 비색과 상감이라는 개념이 응축된 예술품이다. '청자 상감 학무늬 매병'의 경우 유연한 선에 의한 단정한 형태, 넓은 공간에 시원스럽게 펼쳐진 문양, 구름과 학문양은 고려청자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엿보인다.

'청자 상감 모란무늬 표주박모양 주자'는 산뜻하고 날렵하면서도 부드러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몸체 아랫부분은 약간 도안화됐으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모란 무늬는 역상감기법을 띠고 있다. 이처럼 청자에는 각종 제작 방법, 상형 및 조형성 , 음각 투각 등의 방법은 물론 청자색이 점차 푸른빛을 띠게 되는 과정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고려 청자는 중국 자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용성과 디자인, 예술성, 제작 기법들은 고려의 미적 감각과 문화 수용 태도가 자주적이며 독창적이라는 걸 설명해준다. 중국의 도자기보다 더 우수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고려백자와 철유자기, 연리문자기 등 청자 이외의 다양한 도자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퇴화, 철화 등의 기법과 고려청자의 창의적인 요소로 꼽히는 붉은빛의 동화 기법까지 청자의 화려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청자실 재개관함으로써 고려 청자의 품격을 높이고, 관람객이 미적 형태를 더욱 더 잘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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