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성실하게 납세하는 자가 대다수다. 세법이 거친 숨소리를 내뿜을 대상은 탈세자다. 집을 지키는 개는 도둑을 보고 짖어야 한다. 집주인을 보고 으르렁대면 주인의 반감, 즉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쌓일 뿐이다. 더구나 일부 세법 조항은 납세자를 깔보고 있다. 대표적 조항 몇 가지를 들어본다.
둘째, 성격이 같은 세금 수정신고와 경정청구 기간이 다른 문제다. 세금을 신고할 때 실수로 적게 할 수 있다. 납세자가 이를 발견해 더 신고하는 것을 수정신고라고 한다. 이는 법정 신고기한 경과 후 5년 이내면 언제든 가능하다. 납세자가 실수로 세금을 더 납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나중에 발견하면 국가에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데 경정청구라고 한다. 그런데 경정청구는 법정 신고기한 경과 후 3년까지만 가능하다. 국가에 유리하면 5년, 불리하면 3년이라니 너무 속 보이는 놀부 심보 아닌가.
셋째, 납세자에게 과도하게 입증 책임을 지우는 문제다. 현행 상속법은 상속 개시일(사망일)로부터 소급해 2년 이내에 인출된 예금이나 재산처분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상속인이 입증토록 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상속세를 부과한다. 그런데 사람이 죽는 시점을 어느 누가 알 수 있는가. 자식(상속인)이라고 어찌 선친(피상속인)이 생전에 쓴 내역을 전부 알 수 있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를 세법에선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세관청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이런 식이라면 과세관청이 확보하고 있는 전산자료는 도대체 어디다 쓰려는 것인가.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말했듯 납세자는 무질서한 사회보다 세금을 부담하더라도 사회가 안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세금을 성실히 내기로 '계약'을 한다. 그런데 세법이 대다수 성실한 납세자를 깔보는 것은 비뚜로 간 일탈행위다. 바로잡아야 한다. 세법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눈을 밑으로 깔아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의 불만이 줄어들고 원하는 세수도 얻을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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