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의 베트남 빈탄IV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EPC(종합설계시공)계약과정에서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이 동시에 금융지원을 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수은과 정금공이 지원할 예정이었던 금액은 각각 3억달러 정도로, 금융조달전략을 모두 짜 놓았던 두산중공업은 3억달러를 정금공 대신 다른 금융기관에서 조달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정부가 내놓은 '정책금융 개편안' 때문에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정책금융 개편안에서 산업은행과 정금공을 통합하고, 정금공의 해외자산 2조원은 수은으로 넘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7월까지 정금공의 해외자산을 받게 된 수은이 벌써부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리에 나섰다는 것.
수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계약은 한국에서는 수은과 무보가 지원할 예정"이라며 "정부 방침상 '중복되는 정책금융 지원'을 지양하고 있어 정금공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금공이 단독으로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간 무보의 보증 건에 대해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중요한 해외계약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이 해외 사업장에선 숱하게 벌어진다"며 "탁상 행정이 해외 수출현장에서 미치는 악영향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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