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현재현 동양 그룹 회장을 검찰에 수사 고발키로 한 가운데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은 경영권을 자진 포기하며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동양그룹 오너 일가의 모럴 해저드 비난이 거센 가운데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대조적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로 대한전선은 오너체제 종식과 그동안 지속해 온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회사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측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안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설 사장이 자신의 경영권이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회사를 살리고 주주와 종업원을 위해 스스로 경영권 포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설 사장은 지난 2004년 선친인 설원량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개한 후 회사에 입사, 경영기획실과 구조조정추진본부 등을 거쳤다. 지난 2004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이뤄진 무분별한 투자로 회사가 부실화되자 지난 2009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해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해 왔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축소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인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할수록 손실 규모가 커지자 결국 경영권 포기 결정에 이르렀다.
반면 동양그룹은 가전, 섬유, 금융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고 건설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동양증권을 주요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면서 상반기 승승장구했다. 리테일 창구를 활용해 수백억원 규모 회사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에게 소화시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계열사의 회사채와 CP 돌려 막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지키기가 숨어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채권단에서 오너의 포기를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히려 설 사장은 채권단에서 만류했다"면서 "대한전선의 설 사장이 조용히 용퇴를 결정하는 모습은 경영권을 지키기기 위해 '꼼수'를 부르는 기업과는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설 사장의 용퇴에도 불구하고 대한전선의 앞날이 평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대한전선 채권단은 하나은행·산업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 등 10여곳으로 총채권 규모는 1조4000억원이다. 전선업계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최대 수요 시장인 건설산업의 업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향후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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