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2대 8 가르마, 싱글 정장으로 교단에 올랐던, 단정하지만 시니컬한 ㅅ은 '넓고 곧은 길' 보다는 '남이 가지 않은 길' 또는 '길 없는 길'을 강조하셨다. "구태여 무엇을 하기보다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도 하셨는데 그 때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리송하다.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 않고 승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셨던 ㅇ은 지혜보다 실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강의는 지극히 심오하여 요령부득이기 십상이었다.(어쩌면 너무나 뻔한 이치라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과론이 아닌 연기론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따지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해도 실천도 쉽지 않다.
끝으로 오늘의 주인공, ㄱ은 지식전파에는 관심이 없는 듯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하기 위해 여름 한철 황토를 지게로 날라 흙벽돌을 찍고 그늘에 말려 부엌과 방 한 칸짜리 집을 혼자 지었다는 경험담인데 "남자가 아내를 얻으려면 그 정도 고생은 능히 감수해야한다"는 말로 마무리해 여학생들로부터 큰 갈채를 받았다. 그는 틈만 나면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할 수만 있으면 교육은 그걸로 끝"이라고 했는데 20대가 이해하기는 무리였고….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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