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불꽃은 터졌는데…시민의식은 여전히 '불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르포]불꽃은 터졌는데…시민의식은 여전히 '불발'
AD
원본보기 아이콘

5일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100만 인파 몰려
쓰레기와 무질서·혼란은 11회째 맞은 올해도 여전
철저한 사전준비 속 시민의식은 '불발'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한 '2013서울세계불꽃축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제 중의 하나인 불꽃축제는 100만명의 인파를 불러들이며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뒤처리와 시민의식은 이번에도 '불발'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으로 명당자리와 준비물을 챙기는 '꼼꼼함'을 보이던 시민들의 자리는 축제가 끝난 뒤 '쓰레기'와 '무질서'가 대신했다.

인터넷·SNS 점령, 철저한 사전준비 = 이날 불꽃축제를 앞두고 여의도에서는 아침부터 자리와의 한판 전쟁이 펼쳐졌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한강공원 한편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맡는가 하면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에는 탑승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에 한강 이촌시민공원으로 나온 김용진(36)씨는 "작년엔 불꽃축제를 집에서만 봤는데 올해는 꼭 눈으로 보고 싶다"며 "아이들이 있어 더 가까운 쪽으로는 가지는 못하고 이곳에 텐트를 쳐놨다가 오후에 걷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강 주변의 카페나 식당들도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대교 위에 놓인 한강 전망쉼터는 예약문의가 너무 많아 아예 사전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있었고 대부분의 카페는 이미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났다. 여의도 주변의 다른 식당이나 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여의도 주변 레스토랑의 한 매니저는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면 예약문의가 많이 오는데 어떤 손님은 비가 와서 연기될지도 모른다며 지인을 동원해 몇 주 연속으로 예약해 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여의도 불꽃축제는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명당자리와 준비물 등을 사전에 챙기는 모습과 각종 경험담을 공유하며, 불꽃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네티즌들의 꼼꼼한 모습은 곳곳에서 연출됐다.
축제와의 '전쟁' 여의도…시민의식은 어디로? = 축제 시작 전 들뜬 시민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여의도 주민들은 오전부터 근심 가득한 얼굴로 주말을 맞았다.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은 불꽃축제를 보러 온 시민들이 무단으로 넘어올 경우를 대비해 입구에서부터 경비와 보안을 강화했다.

별도의 인력을 배치해 입차차량과 외부인에 대해 방문 목적을 일일이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곳도 있었다. 3년째 한 아파트에서 근무한 경비원은 "우리도 오죽하면 이러겠나. 매년 축제하고 나면 아파트 화단이며 주변이 엉망이 된다"며 "아예 주변 진입을 통제해서 막는 게 차라리 낫다"고 토로했다. 주민 이경희(59)씨는 "여기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도 좀 있고 오래 산 사람들이 많아서 불꽃축제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며 "모르는 사람들은 집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차라리 안 열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주변 상인들도 쓰레기통 사수에 나섰다. 한 편의점 주인은 "작년에도 미리 준비해 오거나 화장실 문제로 먹을 걸 최소화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 매상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며 "쓰레기까지 우리가 치울 수는 없어서 바깥에 내놓은 쓰레기통 같은 건 모두 안으로 들여놨다"고 말했다.

축제가 막바지로 향하자 여의도 일대는 우려대로 빠른 속도로 쓰레기 더미에 덮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쓰레기봉투를 준비해 온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치킨 등 각종 먹을거리와 짐을 자리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가는 것은 다반사였고, 쓰레기를 들고 일어난 시민들도 얼마 가지 않아 길가에 무단투척했다. 음식물과 각종 일반 쓰레기가 뒤엉켜 있는 곳에서는 얼마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좋지 않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2013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난 후 한 켠에 버려진 시민의 양심

'2013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난 후 한 켠에 버려진 시민의 양심

원본보기 아이콘

한 시민은 "사람도 너무 많고 지하철도 제대로 안 다녀서 멀리까지 걸어가야 되는데 쓰레기까지 들고 가기는 좀 그렇다"며 "그래도 여기에 모아두면 치우기는 좀 수월하지 않겠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이 '쓰레기를 직접 치웁시다'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둘러 축제 현장을 빠져나갔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무질서한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독일과 캐나다 등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왔는데 이 정도로 큰 행사인지는 몰랐다"며 "불꽃쇼는 너무 멋있었지만 사람들의 질서와 매너는 좀 부족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불꽃축제가 끝난 후 시민들이 도로 위를 위험하게 지나가고 있다.

불꽃축제가 끝난 후 시민들이 도로 위를 위험하게 지나가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쓰레기로 덮인 잔디를 뒤로 하고 도로에서도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미 축제 전부터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이 끝난 후 도로를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경적 소리는 물론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동작대교 북단에 있던 한 차량주는 "2시간 가까이 도로에 갇혀 있었는데, 속도가 없어만 혹시라도 사람을 치게 될까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차를 가방이나 짐 같은 걸로 계속 툭툭 치고 가서 불쾌감이 배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인 한화는 임직원 600명을 동원해 '클린 캠페인'에 나섰고 서울시와 경찰도 질서유지를 위해 별도 인력을 배치했지만 100만명의 인파가 휩쓸고 간 곳을 단속하기에는 무리였다.

축제를 보러 온 대학생 방여운(25)씨는 "쓰레기는 직접 치우고 가는 게 당연한데 같은 한국인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라며 "봉사인력을 보충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개인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매년 뒤끝이 안 좋은 행사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