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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키코 환헤지에 부합, 불공정계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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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키코(KIKO)계약을 둘러싼 은행과 중소기업들의 법정 다툼에서 사실상 은행이 이겼다.

대법원은 기업들 주장과 달리 키코계약이 무효·취소의 대상이 아니라며 은행들 손을 들어줬다. 계약 권유나 정보 제공에 있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은행이 기업에 손해를 물어줘야 할 책임은 인정됐지만,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계약 체결에 나선 경우라면 그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이인복·박병대·양창수 대법관)는 26일 수산중공업·세신정밀·모나미·삼코 등 4개사가 우리·한국씨티·신한·한국스탠다드차타드·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 4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또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거나 일부 파기환송했다.

키코계약의 성격을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환 헤지 적합성, 약관성, 고지의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과실상계 등 6가지다.

대법원은 일부 구간에서만 환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해서 구조적으로 환 헤지 상품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키코계약이 환위험을 키운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은행이 수수료를 따로 챙겨 받는 대신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을 달리해 차액을 챙기는 키코계약의 구조가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이 키코 상품의 구조 내에 포함된 옵션가격, 수수료 등에 대해 기업에 고지할 의무가 없다며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이 기업을 속이거나 착오에 빠지게 만든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권유할 경우 은행은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며 재산상태, 거래목적이나 경험, 계약에 대한 지식 정도 등 기업의 경영상황을 파악해 키코계약에 적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계약 체결을 권하면 안 되고, 거래를 통한 이익·손실의 구체적 내용과 위험요소 등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키코 계약 과정에서 은행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우 과실상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낸 기업들의 경우 수산중공업, 세신정밀, 모나미 등 3개사는 결론이 제각각이던 원심과 달리 대법원이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에 관해 모두 은행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패소가 확정되거나 다시 재판을 이어가게 됐다.

원심에서 은행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던 삼코의 경우 원심의 심리가 충분치 않다며 일부 승소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은행이 준수해야 할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의 내용과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하급심 법원의 일관성 있는 심리와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을 앞두고 지난 7월 공개변론을 열어 은행과 기업 양측의 주장을 들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onck in-Knock out)’의 줄임말로 미리 정한 범위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환차익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 손해를 떠안도록 설계된 환(換)테크 파생금융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환율 하락을 점쳐 키코계약을 맺었던 중소기업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며 막대한 손실을 입고 결국 줄도산으로 이어지며 ‘키코사태’를 맞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키코사태로 부도·폐업·회생절차 등 부실화된 기업은 110개사로, 피해금액만 35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들은 불공정계약 내지 사기계약으로 키코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줄줄이 소송을 내 1·2·3심 총 27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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