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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型 김광재’가 모는 철도공단의 혁신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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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2조6000억 절감” 빚더미 철도의 뼈깎는 전쟁…이용자 중심 공사, 비현실적 설계기준 손질, 업무방식도 고쳐

원주~강릉 복선전철공사현장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있는 김광재(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사람)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원주~강릉 복선전철공사현장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있는 김광재(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사람)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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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이용자 중심의 철도건설공사로 승객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예산도 아끼는 ‘1조2석 경영전략’을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1년 8월 김광재 공단 이사장 취임 후 눈덩이처럼 느는 고속철도건설 빚을 줄여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남아도는 시설 없는 경제설계’ 등 6대 경영방침을 세우고 사업비 아끼기에 발 벗고 나서 결실을 얻고 있다.
재무구조개선 토론회, 수익창출 아이디어 공모 등 갖가지 예산절감 노력들이 뒷받침됐다.

이에 따라 2004년 철도공단 출범 후 처음으로 2011년 말 금융 빚 6000억원을 줄이고 부채도 415억원을 갚았다. 이어 지난해엔 금융 빚을 8000억원 줄이면서 800억원의 순수부채도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최근 2년간 아낀 사업비는 1조5607억원에 이른다.

114주년 ‘철도의 날’(9월18일)을 계기로 이용자 중심의 공사를 벌이며 조직의 체질개선과 업무혁신을 꾀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1조2석 경영전략’을 들여다본다.
서울지하철 1, 4호선 승객들의 환승편의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서울역 직격환승통로 시설공사 조감도.

서울지하철 1, 4호선 승객들의 환승편의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서울역 직격환승통로 시설공사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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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고객 중심 공사업무 청사진’ 마련, 시행=전국의 철도역 승강장이 이용자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 철도건설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열차고객 중심의 공사업무 청사진’을 마련, 시행하고 있어서다.

새로 짓는 역의 승강장지붕 높이를 낮추고 폭을 넓히며 미끄럽지 않은 바닥마감재를 쓰는 등 이용자편의를 위한 기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건설사업자 시각에서 이뤄져 허점이 많다는 지적에서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과 지난해 12월 개통된 경전선의 함안역, 군북역 건물 등 일부 역의 승강장지붕이 좋은 사례다.

이들 역은 디자인을 강조한 나머지 7~13m로 높게 지어 눈·비를 막지 못하고 겨울엔 배수관이 얼어 물이 샜다. 승강장바닥도 미끄러워 열차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마저 생겼다. 오송역 지붕의 경우 쌓인 눈이 녹아내리며 물이 새고 승객들에게 불편을 줘 개선이 절실하다는 소리가 높았다.

지붕 높이도 오송역(13m), 함안역(7.4m), 군북역(7.1m)이 대전역(4.6m), 김천구미역(4.2m) 등지보다 높다.

공단은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열차이용자 중심으로 승강장 기능을 강화하고 이상기후에 따른 한파에도 견딜 수 있게 역 건물 건축설계지침을 고쳐 설계·시공 중인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서울역과 서울지하철 연결통로공사 위치 등을 알 수 있는 전체 조감도.

서울역과 서울지하철 연결통로공사 위치 등을 알 수 있는 전체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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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환승통로공사도 이용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례다. 서울지하철 1, 4호선 이용객들이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탈 때 지상 서울역 대합실을 거쳐야하는 불편을 겪었으나 오는 12월부터는 편해진다.

철도공단은 승객의 접근성을 좋게 하고 이용편의를 위해 오는 11월까지 직격환승통로를 만든다. 이를 통해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1, 4호선 사이의 환승거리가 크게 줄어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5분 안에 갈아탈 수 있다.

공단은 지난 6월14일부터 홈페이지(www.kr.or.kr)와 블로그(kr_blog.blog.me)를 통해 철도이용객들 의견도 듣고 있다.

김광재(왼쪽에서 3번째)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호남고속철도 공사현장을 점거하고 있다.

김광재(왼쪽에서 3번째)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호남고속철도 공사현장을 점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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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철도건설설계기준 대폭 손질=철도공단은 비현실적인 철도건설설계기준도 크게 손질했다. 역 승강장의 여유 길이와 고속열차의 최소곡선반경(최대한 직선화시킨 지름)을 줄이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철도건설설계기준을 바꾼 것이다.

철도설계기준 대부분이 1960~70년대 일본 것을 이어받은 게 많아 우리 실정에 맞고 승객 편의를 꾀하는 쪽으로 고쳐 철도투자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바뀐 내용은 8가지다. 기관사가 열차정차위치를 지나쳐 설 때를 대비해 승강장을 5~10m 더 길게 만들었으나 스크린도어(위험방지 문) 등 기술발전을 반영, 승강장 여유 길이를 줄이고 있다. 스크린도어 설치구간은 여유 길이(5m)를 없애고 지상 일반여객열차는 20m에서 10m, 지하 전기동차는 5m에서 1m로 짧게 만든다.

열차무게가 작용되지 않는 지하구조물 단면의 하중계수(밑으로 누르는 무게 수치)와 강도를 줄이는 계수 또한 19%에서 14%, 터널구간 숏크리트시공(반죽된 시멘트를 뿜어서 굳히는 콘크리트공법) 때 강섬유(steel fiber) 사용량도 40kg/㎥에서 37kg/㎥로 줄이고 있다.

고속열차의 주행안전성을 다시 검토해 최소곡선반경도 시속 350km의 경우 5000m에서 4700m로 줄인다.

열차가 달릴 때 풍압 등 안전성의 재검증결과를 반영한 선로중심 간격(시속 250km<설계속도(V)≤시속 350km)은 4.8m에서 4.5m, 시공기면(레일이 깔려있는 바닥 땅) 너비는 철길 바닥에 자갈이 깔린 자갈도상(200<V≤350)의 경우 4.5m에서 4.25m로 좁아진다. 유럽을 모델로 이원화(일반철도, 고속철도)된 표준열차하중(무게)체계도 하나로 합친다.

반면 고속열차의 등판능력(언덕을 올라가는 힘)과 제동능력 높이기 등을 반영한 선로 최대기울기는 여객전용선의 경우 25%에서 35%로 높인다.

공단은 지하 40~50m에 있는 역의 계단·통로 등 수직이동공간도 경사(비탈)터널로 바꿔 걷는 거리를 짧게 하고 사업비도 줄이고 있다.

땅 밑 40m에 설치된 분당선 구룡역의 경우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6개 층이 계단 12곳과 통로로 가는 개착공법(땅 밑으로 내려가면서 파는 토목공법)으로 만들어져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계단과 통로가 전체면적의 50%를 차지하는 비효율적 면도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은 지하역사의 승강장과 대합실을 나누고 계단과 통로를 경사터널로 바꾸도록 설계를 고쳐 승객의 이동편의성과 함께 공사비도 5~10% 줄인다.

신안산선 도림사거리역사 개선 후 단면도.

신안산선 도림사거리역사 개선 후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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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산선 도림사거리역사 개선 전 단면도.

신안산선 도림사거리역사 개선 전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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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도림사거리역에 이를 적용, 효과를 봤다. 이용객의 동선을 기존 120m에서 80m으로 짧게 해 개선 전보다 사업비를 약 6% 아꼈다.

공단은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사 등 대심도역 건물설계 때도 이를 접목한다. 역 설계관리를 꼼꼼히 해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과잉설계, 기능을 무시한 디자인위주의 설계 땐 부실벌점을 줘 특별관리 할 방침이다.

나아가 2020년까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관련공사에 적용하면 공사비가 약 2조6000억원이 적게 들 전망이다. 공단은 경제성으로 따져 저비용고품질의 철도를 놓을 수 있고 세계적 수준의 철도건설기준도 갖춰 외국철도시장 진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그동안의 관행을 벗어나 나라 돈이 헛되게 쓰이지 않도록 설계 때부터 꼼꼼히 검증할 것”이라며 “차량기술발전에 따른 차량한계, 건축한계 기준과 정거장 부본선 및 장비유치선 설치기준을 적극 검토해 과잉설계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철도설계지침 ‘연계교통시설편’도 고쳐=철도공단은 철도이용객이 버스, 택시, 승용차 등으로 쉽고 편하게 갈아탈 수 있게 ‘철도설계지침 연계교통시설편’도 이달 중 고친다. ‘철도설계지침 연계교통시설편’엔 ▲철도역 입지 ▲연계교통시설 ▲이동편리성 계획 등이 담긴다.

철도역은 지방자치단체 요구나 지역민원으로 도시외곽에 짓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지고 연계교통수단이 부족하며 버스 등으로 갈아타는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는 소리가 높았다.

승객이 걸어야하는 교통수단별 평균 환승거리가 고속·일반철도 358m, 항공기 290m, 배 298m, 고속버스 228m로 파악됐다. 주요 역의 경우 도심과 떨어진 거리가 울산역 21km, 공주역 13km, 신경주역 12km, 김천구미역 10km, 진주역 5km로 먼 편이다.

이에 따라 공단은 새로 짓는 역은 대중교통으로 갈아타기 쉽도록 계획단계에서 지자체와 협의해 연계교통시설에서 기차역 승강장까지 가는 거리를 120~180m(걸어서 2~3분)로 줄인다. 철도이용객 수요에 맞는 안내표지판, 갈아타는 정보를 알려주는 컴퓨터시스템 ‘키오스크(Kiosk)’ 등의 연계교통정보시설 설치기준도 만든다.

◆일하는 방식도 과감히 개선, 비용 줄여=철도공단은 ‘일하는 방식 개선’으로 올 상반기 중 203억원의 비용과 4124억원의 사업비를 아꼈다. 올 들어 일하는 방법을 바꾸고 철도의 경제건설을 위해 지난 6월말까지 44건의 혁신과제를 펼친 결과다.

바뀐 내용은 다양하다. 도심구간에 세워지는 지하철도 상자모양 구조물의 직상부에 작용하는 하중기준을 철도하중조합에서 버스, 트럭 등 일반교통하중조합으로 개선해 철근 양을 약 5% 줄였다.

또 ▲철도변전소 안에 나눠 설치되는 제어설비들을 합치는 등 3건의 설계기준 개선 ▲ 변전건물의 설치위치 조정 ▲터널입구시공법을 개선하는 등 건설현장 환경을 감안한 경제설계·시공법 9건도 고쳤다.

민자역사의 새 사업, 증축관련 점용허가에 따른 국가귀속수준도 손질됐다. 전라선, 호남선에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도 땅 활용을 지자체 도시개발사업과 함께 함으로써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사업비 1조205억원 절감=철도공단은 이를 통해 사업비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남아도는 시설규모 조정, 시공법 개선으로 예산 3880억원 등 1조205억원의 사업비를 아꼈다. 거품을 뺀 ‘이용자 중심의 저비용 고품질 철도건설’ 경영전략이 먹혀든 것이다.

내용별론 ▲시설규모조정, 시공방법개선 6010억원 ▲기본 및 실시설계 경제성(VE) 검토 및 심사 3569억원 ▲기관운영경비 등 관리비 410억원 ▲전략적 채권발행 등 금융비용 216억원이다.

절감 내용은 ▲열차선 접속부를 입체교차에서 평면교차로 바꾸기 ▲터널 내 정거장 본선환기구를 정거장 바깥 설치에서 안에 설치하기 ▲열차운영계획을 고려한 정거장 규모 줄이기 ▲전차선 높이 및 공동관로 규모축소를 고려한 터널단면적 조정(76.1㎡→70.7㎡) ▲비슷한 기능의 신호·통신건물 줄이기 ▲역무공간의 다양하고 효율적 사용을 위한 역장실, 역무실 합치기 등이다.

공단은 지난해 건설공사의 품질향상, 원가절감 노력을 인정받아 ‘2012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지속가능경영부문 대상, ‘리더십경영부문 2012 올해의 CEO’ 대상, ‘2012 VE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달 초엔 변화와 혁신의 노력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펴냈다.

김광재 철도공단 이사장은 “올해도 약 9917억원의 예산을 줄일 계획”이라며 “변화와 혁신으로 예산절감, 수익 올리기로 재무구조를 바꾸고 창조적·도전적으로 일하는 직원에겐 많은 기회와 보상이 주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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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옆에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옥(오른쪽).

대전역 옆에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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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업무, 정책개발 철도공단…공격경영 주력
국정기조 반영 및 예산 줄이기 위해 조직개편
행복주택처 신설, 안전실 확대, 기술융합형 조직 구성 등…품질관리업무, 품질연구소로 합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업무분야끼리의 기술융합을 위한 조직개편으로 새 정부 국정기조를 반영하고 예산 줄이기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지난 7월1일자로 이뤄진 개편은 공사안전, 품질향상, 행복주택사업, 외국시장 개척에 초점이 맞춰졌다.

철도공단은 경영지원안전실의 안전관리업무를 이사장 직속 안전실로 옮겨 운영하고 품질관리업무는 품질연구소로 합쳐 건설안전과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다. 특히 철도 땅을 활용하는 행복주택사업 전담부서를 새로 만들어졌다.

철도분야 핵심기술융합과 미래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신호제어처와 정보통신처를 신호통신처로 합쳤다. 처 단위 아래의 부서도 단순사업 중심에서 기획, 융합전략 등 미래업무와 정책개발위주로 손질됐다.

해외부문 또한 보강됐다. 캘리포니아 고속철도사업수주에 따라 미국지사를 신설, 미국철도시장 개척 교두보가 마련됐다.

철도공단은 이번 개편은 안전한 사회, 서민생활 안정 등 새 정부 국정기조를 반영하고 부서간의 칸막이를 없애 미래가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융합형 조직을 갖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간부들에 대해 직무수행계획서를 받아 가장 우수 제안자를 임명하는 ‘전(全) 간부직 공모제’로 변화의 바람도 불어넣고 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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