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P아파트 전용 84㎡ 전세로 살고 있는 민 모씨. 재계약을 앞두고 최근 집주인이 5000만원 오른 4억원을 요구하자 차라리 집을 살까 고민 중이다. 단지 내 같은 면적의 급매물이 5억2000만원까지 나와서다. 부동산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대출금리가 낮은데다, 무엇보다 매번 겪는 마음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정감 덕분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아파트 전셋값은 53주 연속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매매값은 8주째 하락을 보이고 있다. 2009년 1월 39.8%까지 하락했던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지난달 2002년 11월(58.3%) 이후 최고치인 59.1%까지 치솟았다. 아직 본격 이사철에 이르지 않은 만큼, 60%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전세비율 '60%'를 전세 수요자들의 매매 전환에 따른 집값 상승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전세가율 60% 이상을 기록한 지난 2000~2002년까지 3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이 57.47%나 올랐던 경험 때문이다.
최근에는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를 2~3년간 나눠낼 수 있어 자금에 대한 부담이 낮은데다, 저렴한 분양가에 금융혜택까지 주어지는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왕 살 거라면 새 아파트가 낫지 않겠냐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과는 시장 상황이 달라, 수요자들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전세난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데 만족하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낮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전세가율이 60% 이상인 지역에서 나오는 새 아파트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남권에서는 하반기 인근 전세가보다 저렴한 신규분양 아파트가 등장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6일 견본주택을 오픈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래미안 잠원' 전용 84㎡ 최저층 분양가는 8억 8000만원대다. 이는 동일 생활권에 위치한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면적의 전셋값이 9억~9억 5000만원에 형성된 것과 비교해 수천만원 낮은 금액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포·잠원 일대는 학군, 교통,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가려는 경향이 높지만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수요자들의 어려움이 많다"며 "주변 전세가보다 싼 것은 물론, 낡은 아파트 매매가와도 비슷한 수준에 분양가가 결정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에 전화 문의만 수십통씩 온다"고 전했다.
서울 도심권 및 여의도로의 이동이 쉬워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에서는 삼성물산이 현석동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을 분양 중이다. 인근 공덕동 삼성래미안3차 전용 59㎡ 전세가가 3억 5000만원을 최근 넘어선 가운데,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분양가는 5억 1500만원이라 세입자들이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이전으로 들썩이는 강동구에서는 신동아건설의 '강동역 신동아 파밀리에'가 공급 중이다. 저층 기준 △전용 94㎡ 5억1320만원 △101㎡ 5억1840만원 △107㎡ 5억7890만원부터 분양가가 책정돼 있다. 같은 생활권 내 둔촌동 '둔촌 푸르지오' 전용 113㎡가 4억5000만원 전후로 전세 매물이 나오는 점을 감안할 때 매매 전환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다.
전세가율이 67%에 이르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도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분양된다. 현재 동탄1신도시 내 평균 매매가가 3.3㎡당 1080만원으로 가장 비싼 반송동의 경우 전세가가 733만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9월 말 반도건설이 동탄2신도시 A-13블록에서 '동탄2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2.0'을 공급한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890만원대라는 동탄2신도시 최저 분양가로, 현재 3.3㎡당 870만원인 서울 평균전셋값 수준으로 저렴해 파격적이란 평이다.
오랜만의 서울 도심 속 분양으로 주목 받는 롯데건설의 '덕수궁 롯데캐슬'은 3.3㎡당 분양가를 1700만원대 이하로 책정할 예정이다. 이는 바로 인근의 '순화동 더샵'(2007년 입주) 아파트가 올 4월 3.3㎡당 1818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가격적으로 매우 경쟁력이 높다.
경기도 평택시 용이지구에서도 아파트 전셋값 비율이 인근 분양단지 분양가의 60%를 넘어서고 있다. '평택용이 푸르지오' 전용 84㎡ 전셋값은 2년 전에 비해 2000만원 이상 뛰어 오른 1억 8000만원 선으로 인근 대림산업이 분양중인 'e편한세상 평택' 같은 면적 분양가(2억 7600만원선)의 65%를 넘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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