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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한국 축구의 A매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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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앞에 선 태극전사들[사진=정재훈 기자]

태극기 앞에 선 태극전사들[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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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홍명보 감독은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 7명을 포함한 축구 국가대표팀 2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선발된 선수들은 6일 아이티, 10일 크로아티아와의 친선 A매치에 출전, 기량을 점검받는다. 이 명단에서 어느 정도 변화가 예상되는 차기 대표팀은 다음 달 12일 브라질, 15일 말리와의 친선 A매치에 나선다.

아이티와 말리는 대한민국과 처음 A매치를 치르는 나라다. 북중미카리브연맹 소속의 아이티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북중미카리브연맹 2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74위로 북중미카리브연맹에서 미국, 멕시코, 파나마,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다음으로 높다. 한국은 최근 순위가 많이 떨어져 56위다.
미국을 가운데 넣고 간접 비교해 보자. 한국은 미국과 역대 전적에서 5승3무2패로 앞서 있다. 아이티도 6승5무5패로 미국을 근소하게 앞선다. 전적에는 미국이 축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1950, 60년대 기록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2004년과 2009년 미국에서 열린 두 차례 경기에서 1-1과 2-2로 비겼으니 결코 만만한 실력이라 할 수 없겠다. 아이티는 지난 6월 12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강호 이탈리아와 2-2로 비기기도 했다.

말리는 FIFA 랭킹 32위로 아프리카연맹 나라 가운데 코트디부아르, 가나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나이지리아, 카메론, 이집트 등 전통의 아프리카 강호들이 말리 아래에 있다. 그러나 말리는 브라질 월드컵 아프리카 2예선 H조에서 알제리에 밀렸다. 조 2위로 10개국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 오르지 못했다. 5장의 본선 티켓이 배정된 아프리카 최종예선에 오른 나라는 알제리 외에 아이보리코스트, 이집트, 에티오피아, 튀니지, 가나, 콩고, 나이지리아, 카메룬, 세네갈 등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연맹이 모두 브라질 월드컵 예선을 진행하고 있어 평가전 상대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데려온 아이티와 말리는 대표팀의 상대로 꽤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평가전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많은 나라와 축구로 교류하지 못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8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는데도 말이다. 사실 지역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나 중미 등은 그쪽 대륙 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않는 한 교류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그간 아프리카 나라 가운데 가나, 나이지리아, 부르키나파소, 이집트, 앙골라, 잠비아,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9개국과 경기를 벌였다. 8월 현재 아프리카연맹 나라는 54개국이다.

1945년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우리나라는 상당 기간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중심으로 축구 교류를 이뤘다.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경기 일정,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첫 국가 대표팀간 경기 상대는 홍콩이다. 1948년 7월 6일 홍콩에서 5-1로 이겼는데 이 경기는 애초 약속된 경기가 아니었다. 그해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단은 부산에서 배편으로 일본으로 당도해 다시 배편으로 홍콩으로 갔다. 그곳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방콕-캘커타(오늘날 콜카타)-바그다드-카이로-아테네-로마-암스테르담을 거쳐 런던으로 입성했다. 홍콩에서 비행 편을 기다리는 동안 축구대표팀은 홍콩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FIFA가 관리하는 기록에는 1948년 8월 2일 런던 올림픽 1회전에서 멕시코를 5-3으로 이긴 게 한국의 첫 A매치로 기재돼 있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버마(미얀마) 등과 교류한 1950년대에 눈에 띄는 기록이 있다. 1954년 치른 아프가니스탄과의 일전이다. 이 기록은 대한축구협회 나라별 전적에 빠져 있을 만큼 까맣게 잊힌 경기다. 현재까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과 가진 유일한 축구 경기이기도 하다. 그해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선 제2회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렸는데 축구 종목에서 한국은 조별 리그 D조에서 홍콩과 3-3으로 비긴 뒤 아프가니스탄을 8-2로 대파해 4강에 안착했다. 준결승에서 버마와 연장 접전 끝에 2-2로 비긴 선수단은 추첨승을 거뒀다. 그 시절에는 무승부가 되면 재경기를 하거나 추첨으로 승패를 가렸다. 승부차기 제도가 도입된 건 1970년대다. 대한민국은 결승에서 자유중국(대만)에 2-5로 져 준우승했다. 그 무렵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3월 도쿄에서 두 차례 열린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1승1무(5-1, 2-2)로 앞서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6월에 열릴 월드컵 본선 출전국인 한국이 지역 대회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스위스 월드컵 예선 13조(아시아 조)에는 한국, 일본, 자유중국 등이 참가를 신청했는데 자유중국은 기권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자유중국이 스위스 월드컵 예선에 출전했다면 우리의 월드컵 출전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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