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 개입 초읽기...주식 금 요동
케리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화학무기 사용은 용서할 수 없는 도덕적 유린이자 기본 인권을 짓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가와 언론들은 이를 사실상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반군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막상 알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한 군사적 대응은 주저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로켓 공격으로 반군과 민간인 1300여명을 희생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이미 알아사드 정권을 겨냥,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은 명백한 '레드 라인(금지선)'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가 금지선을 넘어서자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이른 셈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시리아 내 공격목표 리스트를 작성했고, 백악관 안보팀도 최근 이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케리 장관의 기자회견은 오후 3시쯤 열렸다. 이때까지 다우지수 등 증시 주요 지수는 모두 상승세를 기록 중이었다. 미국의 7월 내구재 주문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발표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케리 장관 발언이후 매도세가 급증하면서 뉴욕 증시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시리아 군사 개입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다우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금 값은 뛰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시세는 오전 중 0.2% 떨어진 1393.10달러였지만 케리 장관 발언 이후 강세를 기록하며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온스당 1400달러 선을 뛰어넘어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주식과는 정반대로 중동 정세 불안이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는 금에 대한 매수세를 살려낸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흔들려온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동안 '시리아 리스크 '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전망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