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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ook]돈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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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A는 사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모건설사가 사대강 사업에 참여한다는 정보를 듣는다. A는 돈이 궁하다. A가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은 비난의 대상일까?

#직장인 B는 자사주(자기회사주식)를 샀다. 회사는 적자경영으로 부도위기를 맞는다. B는 고민이다. 주주입장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원을 잘라야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노동자인 본인이 실직한다.
2011년 출간된 '돈의 인문학'(저자 김찬호)이 제시하는 난감한 상황들이다. 노동자, 소비자, 투자자의 입장이 어떻게 기묘하게 맞물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 세 영역은 긴밀하게 연동된다. 모두의 이익을 최대화되면 좋지만 그건 이상에 불과하다.

일례로 '주주자본주의'가 고착화된 시스템은 때론 사회에 해롭다. 주주는 종업원의 복리는 안중에 없다. 노동자의 복리가 좋으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 수익률에 해가 될 수 있다. 사업의 외부효과도 신경쓰지 않는다. 시세차익만 챙기고 주식을 매도한 후 빠지면 된다. 게다가 어차피 돈이란게 '익명성'이 있어 내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돈에 대한 성찰은 사라지고 치열한 머니 게임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좋은 이유는 일곱가지나 된다. 돈은 자가증식을 한다. 널리 통용된다. 가치중립적이다. 은닉이 쉽다. 증여도 잘 된다. 한순간 취할 수 있고 소유권 유지도 수월하다. 소지도 간편하다.
저자는 "돈 그 자체가 너무나 자명한 것으로 여겨져 그 본질에 대해 새삼 질문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돈은 더이상 물질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이자 개인과 세계를 묶어주는 사회 시스템이다. 돈에 얽힌 다양한 역사적 실례를 들면서 현재의 화폐가 정착되기까지를 시대적으로 풀어쓴 점도 흥미롭다. 노잣돈, 지전, 신부대, 돌돈 등 다양한 화폐의 형태에 대한 설명도 이채롭다. .

저자는 '돈의 인문학'이 당장 상황을 바꿔주는 데 큰 힘은 못되지만, 관점과 태도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돈에 대한 삶의 필요를 냉정하게 헤아리지 않으면 한 없이 증식되는 욕망의 포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기도 하다. '너무나 자명해서 본질을 잊고 있었던' 돈에 대한 날선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돈의 인문학'/김찬호 지음/문학과 지성사 출간/값 1만3000원>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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