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B는 자사주(자기회사주식)를 샀다. 회사는 적자경영으로 부도위기를 맞는다. B는 고민이다. 주주입장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원을 잘라야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노동자인 본인이 실직한다.
일례로 '주주자본주의'가 고착화된 시스템은 때론 사회에 해롭다. 주주는 종업원의 복리는 안중에 없다. 노동자의 복리가 좋으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 수익률에 해가 될 수 있다. 사업의 외부효과도 신경쓰지 않는다. 시세차익만 챙기고 주식을 매도한 후 빠지면 된다. 게다가 어차피 돈이란게 '익명성'이 있어 내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돈에 대한 성찰은 사라지고 치열한 머니 게임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좋은 이유는 일곱가지나 된다. 돈은 자가증식을 한다. 널리 통용된다. 가치중립적이다. 은닉이 쉽다. 증여도 잘 된다. 한순간 취할 수 있고 소유권 유지도 수월하다. 소지도 간편하다.
저자는 '돈의 인문학'이 당장 상황을 바꿔주는 데 큰 힘은 못되지만, 관점과 태도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돈에 대한 삶의 필요를 냉정하게 헤아리지 않으면 한 없이 증식되는 욕망의 포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기도 하다. '너무나 자명해서 본질을 잊고 있었던' 돈에 대한 날선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돈의 인문학'/김찬호 지음/문학과 지성사 출간/값 1만3000원>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