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신뢰사회 흔드는 보험사기<中>] 보험금 부풀리기, 범죄 아닌 재테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신뢰사회 흔드는 보험사기<中>] 보험금 부풀리기, 범죄 아닌 재테크?
AD
원본보기 아이콘

잘못된 국민의식 가장 큰 문제
보험범죄자 중 징역형 10% 불과
솜방망이 처벌도 사기 부추겨


#. 뒷범퍼를 살짝 스친 사고일 뿐인데 상대방 운전자는 뒷목을 감싸 쥐고 차에서 내리면서 연신 아프다는 시늉을 한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사진 몇 장과 함께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는 합의를 보라며 현장을 떠난다. 가해자는 보험처리를 하겠다며 연락처를 건네주고,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에 달려가 드러눕는다. 국내 도로에서 발생하는 차량 접촉사고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보험사기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죄의식이 크지 않은 데다 적발이 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다. 적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보험사기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 '보험금 = 눈먼 돈', 그릇된 인식 = 지난해 보험사기에 연루된 8만3181명 가운데는 평범한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는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공무원과 교육계 종사자도 상당수(1622명) 포함됐다. 또 학생, 군인, 운동선수, 병원관계자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연루됐다.

이는 보험사기가 사회 각계각층에 만연해 있고, 국민 대다수가 보험사기에 대한 죄의식이 낮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보험금 = 눈먼 돈'이라고 여기는 그릇된 국민의식이 보험사기를 부추기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심의기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보험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부 당사자들이 이를 범죄로 인식하기보다는 단순한 부풀리기나 융통성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보험금은 눈먼 돈으로 여겨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 삶의 지혜로까지 치부된다"고 말했다.

◆ 보험사기 적발은 '한계' = 수사기관과 보험사가 조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보험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조직적으로 행해지는 탓에 이를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민간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전담조사팀(SIU)을 자체적으로 꾸려 급증하는 보험범죄에 대응하고 있지만 조사권이 없는 탓에 증거를 확보하거나 세부 내용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SIU 경력 15년차의 한 베테랑 조사관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을 뒷바침하는데 한계가 있는 사례들이 부지기수"라며 "조금만 더 파고들면 (사기)입증할 수 있는 사건도 조사권이 없어 중간에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각종 증거자료를 확보해 수사기관에 넘기더라도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횡포를 부린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회사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이를 다시 취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현재 전체 보험사기 중 15% 정도만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는데는 '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2010~2011년 보험사기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은 211건을 분석한 결과, 보험범죄자 796명 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10.6%인 84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년 이하의 징역이 대부분(92.8%)이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ㆍ방화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보험범죄자 10명 중 9명은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난 셈이다. 사법처리된 보험범죄자의 574명(72.1%)은 벌금형을 받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이 138명(17.3%)이었다.

보험범죄가 '고수익 저위험'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뒷배경에는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느슨한 법망이 보험사기를 부추기고, 보험사기가 횡행하면서 악성 보험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불황 또한 보험사기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계형 범죄까지 더해진 탓이다. 지난해 무직ㆍ일용직 근로자들이 보험사기에 연루돼 적발된 사람이 전년도에 비해 19.3% 급증한 1만6089명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