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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자백 조서라도 곧장 피고인에 불리한 증거로 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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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법정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이 이후 검찰에서 일방적으로 진술을 뒤집는 것은 물론 설령 앞선 증언이 거짓임을 실토해 처벌대상에 오른 경우라도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서가 곧장 유죄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3)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무역업을 하던 A씨는 거래처 사장 B씨가 회사를 부도내고 행방을 감추자 2009년 6월 B씨 소유 지게차 1대를 훔친 혐의로 이듬해 재판에 넘겨졌다. B씨 공장 마당에 세워진 지게차를 500m 떨어진 공터까지 직접 운전해 갔다는 것이다.

1심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B씨는 “A씨가 지게차를 가져가는 것에 승낙했다”고 진술했고, 재판부는 달리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그러나 이후 위증 혐의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법정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은 이를 담은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을 법원에 제출했고, 2심은 이를 증거로 받아들여 A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조서를 증거로 삼는 데 동의하지 않은 데다, 다시 증인으로 부르려던 B씨도 법정에 나오지 않은 채 내려진 결정이었다.
대법원은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고, 이는 증인을 상대로 위증의 혐의를 조사한 내용을 담은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하면서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 기회를 준다 하더라도 해당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다만 다시 이뤄진 증언 자체가 유죄의 증거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 내용을 추궁해 이를 일반적으로 번복시킨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증인이 위증을 자백한 경우라도 진술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피고인의 지위·권리를 더욱 보장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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