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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금융, 따뜻한 혁명을 꿈꾸다" 문진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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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오른쪽)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을 비롯, 인증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대표를 역임하는 등 한국의 대안적 금융 방안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1년 영국에 머물며 각종 풀뿌리 지역재단, 사회적 투자기관 등을 방문해 해외의 사회적 금융 사례를 연구하기도 했다.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오른쪽)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을 비롯, 인증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대표를 역임하는 등 한국의 대안적 금융 방안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1년 영국에 머물며 각종 풀뿌리 지역재단, 사회적 투자기관 등을 방문해 해외의 사회적 금융 사례를 연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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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마이크로 크레딧 기법을 토대로 한 그라민 모델은 전 세계 6개 대륙 총 2억명이 넘는 사람이 이용하는 국제 금융사업으로 발전했다. 가난한 이들의 자립·자활을 돕는 그라민은행은 사회적 금융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으로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자본'이 필요하다.
이에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은 저술 '금융, 따뜻한 혁명을 꿈꾸다'(북돋움 출간)를 통해 '사회적 금융'에 대한 지도를 새롭게 제시한다. 사회적 금융은 아직 낯설고 생소하다. 저자는 현 금융 질서의 문제점과 새로운 금융 대안을 점검하면서 금융이 보다 조화로운 경제 생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금융의 가능성을 저자에게서 직접 들어본다.

▲ 사회적 금융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사회적 금융의 의미는 ?
-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이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돈을 투ㆍ융자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지역사회와 국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자본을 조성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 적용하는 금융방식을 뜻한다. '사회적'이라는 표현이 윤리적 구호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회적금융은 길고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다.

▲ 해외에서의 사회적 금융 역사와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
- 가난한 이들에게 소액의 자금을 대출하고 상환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방식이 도입된 것이 18세기다.독일에서 1864년 협동을 통한 자활을 기치로 고리대금업자에 맞서 농민들이 신용협동조합이 설립한 것이 시초다. 낙후된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자체기금을 조성하고 중개기관(은행)을 세운 지역공동체 금융의 역사도 100년이 훨씬 넘는다. 최근 영국, 미국 등에서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목적투자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 우리나라에도 미소금융 등으로 서민들을 위한 금융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 금융이 아닌가 ?
- 아직 엄밀한 선을 그을 만큼 분류 기준이 합의된 적은 없다. 현대적 의미의 사회적금융이란 소액대출과 지원서비스를 결합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투자기반을 만들어가 금융이다. 미소금융은 마이크로크래딧 방법을 통해 저신용계층의 탈 빈곤을 돕는 금융기법이므로 사회적 금융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현재의 미소금융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는 의문이다.
▲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금융 시장의 필요성과 시민사회의 요구는 어느 정도인가 ?
- 잘 인지하지 못할 뿐, 요구는 거세다. 취약계층의 자립ㆍ자활을 돕기 위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회목적투자, 풀뿌리 지역금융, 협동조합 조직들을 성장, 발전시키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는 조합형 금융과 협동조합 금융기관 등 어느 영역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이미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협동조합 및 지역금융이 자리잡고 있다. 왜 이들이 사회적 금융 역할을 하지 못 하는가 ?
- 외국의 신협들이 협동조합 조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신협은 저축은행 등 소매금융기관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협동조합과 유리돼 있다. 농협ㆍ수협은 상업은행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 금융기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협동조합이라는 머리는 없어지고 금융기관이라는 꼬리만 남아있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가 정체성을 잃고 정부 통제하에 편입되는 등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데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그렇다면 사회적 금융은 낡고 부패한 현 금융시스템을 개선하기보다는 아예 시스템 밖에서 완전히 다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건가 ?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네가지 사회적 금융 방식 중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시스템 밖에서 생겨났다가 시스템 안으로 편입됐다. 사회목적투자는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져 시스템의 외연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공동체 금융과 협동금융은 태생부터 시스템 밖에 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를 금융시스템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 사회 혁신,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금융의 역할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금융을 위해 시민사회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인가 ?
- 낡은 금융질서를 혁파하고 새로운 금융질서를 만든다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기 힘들고 또 한 가지 방향으로 흘러서도 안 된다. 정부와 민간, 시민사회 진영 간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정부는 지역 기반의 금융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하며 기업은 사회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책임투자를 실현해야 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을 포함한 시민사회 진영은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자조적 금융기반을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 우리나라에서 당장 실현 가능한 사회적 금융 모델을 그려본다면 ?
- 여러가지가 가능하다.영국의 큰 사회기금과 같은 사회투자기금을 만들어 '기금의 기금'으로서 다양한 사회적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 미소금융과 정책금융공사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아예 기능을 중지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들이 사회적 금융기관으로써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공동체 금융을 활성화하려면 강력한 입법을 통해 상업은행들이 주주의 호주머니만을 불리는 이익추구 집단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위한 금융지원체계도 만들어야 하고, 탈 이산화탄소 탈 원전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한 에너지전환 은행의 설립도 서둘러야 한다. 모두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 저자는 우리 사회에 금융의 새로운 지도를 제시했다. 앞으로 실천적인 활동은 ?
- 지난 몇 년간 사회적금융의 흐름을 추적하며 자료를 모으고 수집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앞으로도 연구자로서 사회적금융 담론 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근 공동체금융 연구와 함께 풀뿌리 금융전문가들을 키우기 위한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키워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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