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의 재상 콜베르의 말을 인용해 "이번 세법개정안은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깃털을 뽑는 식으로 해 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봉급생활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동시에 세법개정에 대한 안이한 태도를 드러낸 발언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증세가 없다고 한 적은 없고,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소득세 감면을 줄이는 방식으로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합리화한 논리이나 궁색하다.
봉급생활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세금을 한 달에 몇 만원 더 내게 됐다는 금액 문제에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이익을 낸 대기업과 고소득자는 놔두고 만만한 봉급생활자의 호주머니부터 털려고 하는 것이 괘씸한 것이다. 연봉 3450만원인 정부안의 '증세 기준선'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여당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봉급생활자의 누적된 불만은 그런 미봉책으로 해소될 수 없다. 정부ㆍ여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전체의 누진체계 강화를 통한 응능과세 실현'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번 세법개정 파문의 수습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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