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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B급과 C급의 현격한 차이③

최종수정 2013.08.12 11:26 기사입력 2013.08.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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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해"라고 하지만 늘 그런 것만도 아니어서 이따금 뜻밖의 횡재를 만나기도 한다. 길에 떨어진 지폐나 동전을 줍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짠돌이로 소문난 직장 상사가 지갑을 열 때도 있는 법이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그래서 속상하지만) 심지어 로또에 당첨되거나 물려받은 변두리 땅이 개발붐을 타고 대박이 나는 '이웃사촌의 배 아픈 인생역전'도 목격하곤 한다. 팍팍한 인생길이지만 무지개도 뜨고 단비도 오기에 다들 그럭저럭 견뎌 내는 것이다.

그렇게 수십 년쯤 견디다 보면 '아, 내 인생은 이런 거구나'하는 운명적 직감이 오게 마련인데 내 앞에 툭 던져진 패는 '돈벼락에 대한 환상은 버려라'는 카드였고 기꺼이 받아들였다.(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엄청 속이 쓰렸고 지금도 속이 편한 건 아니지만…) 대신 인생의 고비 고비 뜻밖의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곤 했으니 늘 감사할 뿐이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에서 졸지에 '대머리 특효약'으로 용도가 확장된 그 약을 소개한 이도 나에겐 잊지 못할 '귀인'이다. 그분 덕에 지금까지 그냥저냥 용모를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으니까.

특히 그분은 친절하게도 "값비싼 대머리 약 대신 저렴한 전립선 약을 5분의 1로 쪼개 먹어도 효능이 똑같다"는 영업 비밀까지 덤으로 알려 주었다.(그의 직업이 약사라는 사실을 여기서 밝히는 건 좀 곤란하고, 다만 둘 모두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기에 또 다른 '귀인'의 손길이 필요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그렇게 해서 나는 새끼손톱의 4분의 1만한 녹색 알약을 예리한 가위나 칼로 5등분해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직전 하나씩 삼키는 고도의 집중력과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한 대장정에 돌입했는데 신기하게도 6개월쯤 지나자 정수리의 허연 부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특이한 건 '소갈머리'가 사라질 때 나보다 더 가슴 아파했던 아내가 이번에도 호들갑을 떨며 큰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다.(처음에는 나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여 빠져나가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애달파 하는 것이려니 했으나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오묘한 존재라는 걸 뒤에 깨닫게 된다)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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