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막내구단 KT 위즈. 야구계의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대와 우려다. 당장 더 많은 쪽은 후자다. 그간 프로야구와 인연이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KT는 스카우트 등을 제외하면 기존 프로야구 종사자도 데려오지 않았다.
일부 관계자들은 올 시즌 1군에 안착한 NC를 비교대상으로 거론한다. 이태일 대표이사는 주간야구, 중앙일보 등에서 야구기자로 경험을 쌓았다. 국내외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박찬호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는 대표적인 지인이다. NC는 이상구 전 롯데 단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프로야구의 흐름을 잘 알고 경남지역 야구 인사들과의 스킨십이 가능하단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이었다. 현재 그는 구단의 부사장직을 담당하고 있다.
KT의 지난 행보는 NC와 사뭇 달랐다.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스포츠단을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는데, 수장인 권사일 대표는 야구계와 전혀 인연이 없던 인사였다. KT 스포츠단 단장을 역임했으나 그룹 내 경영지원, 사원만족담당 등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다. 카이스트 공학박사 출신의 주영범 단장도 다르지 않다. 그간 홍보, 윤리경영, 마케팅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스포츠에 몸담은 건 지난해 8월부터였다.
경쟁력의 핵심은 조범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며 어느 정도 드러났다. ‘감독 야구’다.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권 대표는 “감독이 주도하는 것이 KT 스포츠의 위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감독 중심의 선수단 운영으로 성공을 일군 바 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던 농구단이다. 전창진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 선수단 스스로 색깔을 내도록 유도했다. 전 감독은 취임 첫 해 선수들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며 프런트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듬해에는 창단 첫 우승도 일궜다.
믿음의 가치를 실감한 권 대표와 주 단장은 이번 야구단 감독 선임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복수 야구인들과 면담을 가졌는데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꽤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다. 현 아홉 구단에 대한 평가, 프로야구의 최근 판도 및 흐름 나열, 선수단 육성 방안에 대한 주관 등이다. 특정 공격 상황을 제시하고 어떤 작전을 내릴지도 조심스레 물었다. 감독으로서의 자질은 물론 리더십, 관찰력 등을 두루 체크한 셈이다.
사실 프런트의 무한한 신뢰는 기존 구단들 사이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SBS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위에 있는 분들이 자기 만족도에 따라 조직을 움직이려 한다. 프런트가 야구에 혼신을 다하지도 않는다. 그게 프로야구에서 노골적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어 “프로야구에 들어오는 프런트나 구단은 야구인 자체로 존중하는 모양새가 없다”며 “계약 기간에는 감독의 생각을 존중하고 평가는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의 초석을 갖추는데 부족함이 없겠다고 선언한 KT. 기존 구단들과 다른 적극적인 ‘감독 야구’에 대한 의지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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