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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키덜트 시장, 더이상 'B급'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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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잡화점에서 50대 여성 2명이 인형 등 다양한 소품이 놓인 진열대를 구경하고 있다.

▲ 평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잡화점에서 50대 여성 2명이 인형 등 다양한 소품이 놓인 진열대를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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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 24일 저녁 홍대 인근.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해 인형, 피규어, 액세서리를 파는 한 잡화점에서는 중년 여성 3명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물건 고르기에 한창이었다. 이들의 관심을 끈 것은 손바닥크기 만한 보라색 유니콘 인형. 물건값으로 만원을 지불한 이씨(56·서울 합정동)는 "너무 예뻐서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즐거워하는 지인들을 보자 천진난만한 여고생 무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키덜트(Kidult)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어린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키덜트족은 유년시절의 취향을 되새김질 한다는 이유로 저평가됐다.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와 2007년 '트랜스포머', 2008년 '아이언맨' 등 판타지·액션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과 국내 웹툰 시장의 성장, 키덜트족을 자처한 연예인들과 파생산업의 영향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키덜트족은 피규어, 모형자동차, 프라모델, 인형 등을 사는 데 돈을 아낌없이 쓰고 그것을 감상하고 즐기는데 거리낌이 없다. 해외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이들의 마니아적 성향으로 인해 괴짜들의 취향으로 간주됐으나 관련 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점차 주류 문화로 편입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키털트족을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지빗'을 출시한 가지스튜디오의 황재호 대표는 "마니아 혹은 오타쿠들이 즐기는 것으로 생각됐던 키덜트 문화가 최근 몇년새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구매력이 있는 30~40대가 취미로 프라모델을 사들이는 게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고 밝혔다.

게임회사 '넥슨' 출신인 그가 6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지빗은 지난 5월 출시돼 불과 3개월 사이에 1만2000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황 대표는 "프라모델과 피규어, 레고 시장만 연 2500억원 규모"라면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과 카페 등 문화 사업까지 고려하면 연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유니콘 인형, 스파이더맨 액자, 조립 프라모델, 오락용 다트 등 팬시숍이나 카페에 전시된 키덜트 제품들이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유니콘 인형, 스파이더맨 액자, 조립 프라모델, 오락용 다트 등 팬시숍이나 카페에 전시된 키덜트 제품들이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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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키덜트 문화는 정신적인 퇴행이 아닌 취향과 즐거움의 문제일 뿐"이라며 "B급이라 불리던 비주류 문화에서 점차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키덜트 카페'로 이름을 알린 '비닷' 역시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지하1층에서 2층까지 총 3개층을 테마별로 꾸민 비닷은 곳곳에 만화책과 피규어, 프라모델 등이 전시돼 흡사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을 연상케 한다.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층이 이곳을 찾는다"면서 "꼭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곳의 인테리어에 별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0~40대 남성분들은 유럽의 오락실처럼 꾸민 바를, 20대 분들은 일본의 다다미방처럼 꾸민 2층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피규어커피숍 '크레이지 토이'를 운영 중인 강모씨는 이 분야의 시장성에 주목해 최근 세 번째 가게를 열었다. 그는 "아이템 거래는 온라인으로 점점 집중되고 오프라인은 문화공간으로서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수요층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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