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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인형,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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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인형'들과 놀이 한판 어때요 ?
오는 8월9일부터 15일까지 춘천인형극제

올해로 춘천인형극제가 25회째를 맞았다. 사진은 2005년 춘천인형극제 거리공연 모습.

올해로 춘천인형극제가 25회째를 맞았다. 사진은 2005년 춘천인형극제 거리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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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레리아 국리에띠 그림자 극단의 '빛으로 그리는 손그림자 이야기' 공연 모습.

스페인, 발레리아 국리에띠 그림자 극단의 '빛으로 그리는 손그림자 이야기'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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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한때 여성의류업체 '톰보이'의 TV광고에는 거대한 인형이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너무 커서 인형 안에 기계로 조작해 인형을 움직이게 하는데, 눈동자가 움직이고 손을 흔들고 걷는 인형은 마치 살아 숨쉬는 '귀여운 거인' 같았다. 어린 꼬마 시절부터 우리에게 '인형'은 말하지 않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는 친구였으니 아무리 커도 공포감이나 거부감이 일지는 않는다. 사람 대신 인형이 배우가 되는 '인형극'은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인기다.

인형극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예부터 민중의 오락이었고 유랑예인들에 의해 마을 광장에서 흔히 공연됐던 인형극은 고대부터 이집트, 그리스, 동방 여러나라에 존재했다. 우리나라 역시 민속인형극이 있는데 바로 '꼭두각시놀음'이다. 러시아에서는 냉전시대 선전적인 오락거리로도 활용됐다. 현대에 이르러 유럽국가 중심으로 인형극 전문 교육이 이뤄지고, 각국으로 파급되면서 성인들만의 인형극이 나올 만큼 그 종류는 다양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에는 인형극 전문 극단이 전국 100여곳 존재한다. 인형을 만드는 것부터, 대본을 쓰고, 인형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실현하는 배우활동 등이 모두 이런 극단에서 이뤄진다. 인형을 움직이는 방법으로는 ▲막대기 한쪽 끝에 인형의 머리를 붙이고 아랫부분으로 인형을 움직여 연출하는 것부터 ▲인형 속에 손을 넣고 손가락과 손목을 움직여 조종하는 것 ▲인형의 관절마다 실을 달아서 위쪽에서 조작해 인형을 연기하게 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매년 여름 각국의 전문 인형극단들이 춘천을 찾는다. 일주일간 축제를 벌이면서 인형극들을 펼치며 그동안 쌓았던 기량을 뽐낸다. 참가 극단들에겐 다양한 나라의 인형극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1989년 시작돼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는 오는 8월9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춘천인형극장과 춘천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리스, 스페인, 중국, 불가리아 등 6개국 7개 극단과 국내 48개 전문극단, 34개의 아마추어 극단 등 총 96개 국내외 극단의 900명 인형극인과 예술인들이 참가한다. 축제기간 동안 총 200여회의 인형극 공연과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나 어린이들이 직접 인형극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

그리스 네브마 극단은 '레모니아(Lemonia)'란 작품을 선보이는데 빵을 만드는 사랑스러운 한 늙은 여인의 이야기다. 레모니아 할머니는 자신의 추억과 감정의 기억들을 밀가루 반죽을 이용해 설명해 나가며, 삶의 아름다움과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인형극은 배우가 인형을 뒤에서 안고 손과 팔을 인형에 끼워 빵을 만드는 연기를 직접 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스페인의 발레리아 국리에띠 그림자 극단은 '빛으로 그리는 손그림자 이야기'라는 작품을 준비했다. 배우가 무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나며 손으로 그림자 인형을 만들어 연기를 펼치는 점이 특이하다. 이 인형극은 지난 2005년 스페인 톨로사에서 초연된 후 자국에서 최우수 공연상을 수상, 브라질 연극축제인 보네코스 카넬라에서 관객 선정 우수극으로 선정된 바 있다.

포르투칼 인형극단 S.A.마리오네타스의 스폰지 인형극.

포르투칼 인형극단 S.A.마리오네타스의 스폰지 인형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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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중국의 라오팅현 문화유산전승센터가 전통그림자극 '피영(皮影)'으로 학과 거북이 등 동물을 의인화한 작품을 소개하며 포르투칼에서 온 S.A.마리오네타스라는 극단이 스폰지로 만든 독특한 인형들의 연기를, 불가리아 트리오 극단이 뮤지컬과 인형극을 결합한 형식의 연극을 보여준다.

국내 극단 중에서는 일본과 프랑스 등 해외 연극제에 초청된 바 있는 '로.기.나래'가 '소금인형'이란 인형극을 통해 자아의 탐구를 주제로 공연을 펼친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바다를 찾아 긴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담았다. 바다와 해녀 등 지역성이 짙은 내용의 인형극인 제주도 극단 자파리연구소의 '죽쑤는 할망'도 눈에 띈다. 극단 '아라리 인형의 집'이 내놓은 '아우라지 각시 이야기'도 향토색을 강조한 작품으로, 정선 아우라지 강을 배경으로 정선 아리랑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단 로.기.나.래의 공연 소금인형

극단 로.기.나.래의 공연 소금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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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혁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은 "예산으로 치면 3억원이 채 되지 않은 소규모 축제지만, 이 축제는 국내외 인형극인들의 의지와 자발적 참여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라며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과 가족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인형극과 행사들이 마련돼 있으니 방학을 맞아 춘천에 꼭 한번 놀러와 인형극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033-242-8450.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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