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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미국車 '빅3' 몰락과 고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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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부모님이 길거리에서 피살되는 것을 지켜본 브루스 웨인은 고담시를 떠나 유랑생활을 한다.

성인이 된 후 브루스는 고담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렸을 때 그 고담시는 온데간데 없다. 고담시는 범죄자들의 소굴이 돼 더 이상 도시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범죄와 부패로 얼룩진 고담시를 살리기 위해 박쥐인간 배트맨이 등장한다. 영화 배트맨 시리즈는 이런 스토리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사람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집단이 모여 도시가 형성된다. 경제활동이 원활히 이뤄지는 도시는 건전한 도시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도시는 고담시와 같이 어둠의 세계로 타락하게 된다.

18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시는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보호(챕터9) 신청을 했다. 디트로이트 시의 부채는 185억달러(20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트로이트 시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사가 있는 도시다.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끈 '빅3'의 안방이 있는 곳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이자 미국의 자존심인 곳이 바로 디트로이트 시라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디트로이트 시 파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온 일이다. 디트로이트 시의 재정위기는 미국 '빅3'의 몰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70여년동안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었던 GM은 지난 2009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크라이슬러는 해외로 매각됐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몰락은 서서히 시작됐다.
일본 도요다자동차의 맹추격과 한국 현대ㆍ기아자동차의 눈부신 성장 등 경쟁업체들의 공격에 미국의 자존심인 '빅3'가 서서히 침몰했다.

그러나 '빅3' 몰락의 근본 이유는 경쟁업체가 아니다.
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만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원하는 차만을 만들었다. 오만에 가까울 정도로 그들은 그들만의 차를 고집했고, 소비자에게 사도록 강요했다.

어디 그 뿐인가. 미국 완성차 노조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빼지 않고 쟁취하려 했다. 자신들이 만든 차가 외면받고 있는 현실은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 챙겼다. 회사가 거덜나는 것 당연지사다.
미국 '빅3'의 몰락은 경영진과 노조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GM를 포함 '빅3'업체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여전히 그들은 '글로벌'이라는 이름으로 그들만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시는 대낮에도 외국인이 거리를 돌아다니기 위험한 곳이 된 지 꽤 오래됐다. 심지어 미국인 조차 총을 든 강도가 무서워 혼자 다니는 것을 꺼릴 정도다. 이쯤 되면 배트맨의 주무대인 고담시와 다를 바 없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모두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울산시와 군산시, 부평시, 부산시, 화성시에 배트맨이 등장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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