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2일 한 업체가 전복과 가축 사료용 다시마 분말, 말린 채소 등으로 만든 불량 식자재를 맛가루 제조업체 230여곳에 납품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불안에 휩싸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식약처는 어제 경찰 발표와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적발된 업체와 제품을 조사한 결과 질 낮은 재료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완제품 자체는 인체에 해롭지 않아 먹어도 탈이 없다는 것이다.
맛가루 재료에는 담배꽁초와 도로 포장재로 쓰이는 아스콘 등 이물질까지 섞여 있었다고 한다. 값싼 재료에 폐기물까지 섞여 있던 비위생적인 원료로 만든 맛가루에 대해 가공처리를 엄격하게 했으니 위해성이 없다고 강조하는 건 식품 위생과 안전을 책임진 식약처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업체를 두둔하느냐'고 반발하는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먹을거리 위해성에 관한 발표는 신중해야 한다. 확인 없이 성급하게 공개해 소비자를 불안케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발표 전에 식약처에 알려 관련 업체들을 조사하도록 했어야 했다. 설익은 발표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사태와 관련 없는 업체까지 피해를 입었다. 제조 과정이 어떻든 완제품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식약처 사고도 바꿔야 한다. 식품 안전 관련 발표는 선(先) 안전성 조사, 후(後) 공식 발표의 원칙 아래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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