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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문효치의 '꺼꾸로여덟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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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을 꺼꾸로 보기도 한다지만/시인도 아닌 이들이 내 이름에/'꺼꾸로 여덟팔'을 붙였을까//날개 가운데 새겨진 흰 띠 무늬는/꽁무니 쪽에서 보면 거꾸로 여덟팔자지만/얼굴 쪽에서 보면 옳은 여덟팔자요/그것도 석봉이나 추사의 글씨보다 더 아름다운데/왜?/얼굴을 대면하기 껄끄러운가?/하기사 인간들이란 부끄러운 일도 많아 그렇긴 하겠지만.

문효치의 '꺼꾸로여덟팔나비'

■ 시를 읽으면서 정말 그런 나비가 있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 본다. 날개에 팔(八)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아름다운 나비들이 나붓나붓 시야로 날아온다. 이런 작명을 한 이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이름이 좀 길면 어떠냐. '앉아서 마늘까'같은 이름을 쓰는 인디언처럼 한 풍경이 통째로 이름이 되는 것도 멋있지 않은가. 혹시 방금 한자를 깨친 촌로(村老) 하나가 유식자랑을 한답시고 그렇게 붙였을까. 팔자(八字)라는 말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사람이 태어난 연(年)ㆍ월(月)ㆍ일(日)ㆍ시(時)에 해당되는 간지(干支) 여덟 글자가 바로 8자인데, 그것은 곧 인간의 삶이 새겨지는 운명을 가리키기도 한다. 저 나비는 팔자를 거꾸로 써 놓고 있으니, 운명을 뒤집어 날고 있는 셈이다. 이거야 말로, 어설픈 운명론자들을 질타하는 호쾌한 날갯짓이 아닌가. 팔자 타령하지 말고, 네 힘으로 날아올라라. 저 나비 스승은 그렇게 온몸으로 웅변하는 셈이다. 문효치는 거기서 조금 더 휘었다. 숫자를 거꾸로 써 놓은 것으로 읽는 까닭이 인간들이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대면하기 껄끄러워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래. 나비에게는 인간들이 대지에 붙어 매달려 하늘을 향해 대롱거리는 종유석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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