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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감사' 문용린의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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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교육감 취임 이후 신규지정 6곳 뿐.. 학부모, 교사 "교육효과 평가 이르다" 반발 속 치솟는 인기에 인근 전셋값 급등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문용린 교육감이 혁신학교에 만족해하며 다니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봤다면 이렇게 감사라는 수단을 통해 혁신학교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혁신학교에서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를 부탁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혁신학교 감사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들의 불만이 높다. 학부모들은 이번 감사로 인해 "혁신학교가 문을 닫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특히 혁신학교의 성과와 장점이 점수화되기 어려워 감사와 평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높다.
서울시내 혁신학교인 강명초등학교 이부영 교사는 "혁신학교가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성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학교의 경우 '보여주기'를 위한 수업이나 프로그램, 행정 업무를 없애고 내실있는 수업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성과라는 것이 눈에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명초등학교의 수업은 다른 학교의 수업방식과 크게 다르다. 80분 블록 수업을 운영해 한 블록이 끝나면 쉬는 시간을 30분을 준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뛰어놀기도 하고 수다를 떨며 휴식을 취한다. 덕분에 다음 수업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준다. 일반학교에서 4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혁신학교인 삼정중학교의 경우는 참여형 수업방식을 도입해, 학생들이 모둠을 이뤄 서로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조는 학생도 상당수 사라졌다. 문제는 이러한 효과들을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해 보이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혁신학교 10곳에 대한 감사의 칼을 뽑아든 이유로 '혁신학교가 원래의 목표를 잘 실현하고 있는가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주도해 시작된 서울의 혁신학교는 2011년 1학기에 23개교가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총 67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당 평균 1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일부에서는 이 지원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교육청의 감사는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인 셈이다.
서울에서의 혁신 학교 후퇴 움직임은 다른 지역의 혁신 학교 확산 흐름과 상반된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 의해 처음 도입됐던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대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계속 그 숫자가 늘고 있다. 경기도에서만 올해 상반기 41개교, 하반기 35개교가 신규 혁신학교로 지정돼 총 227개로 늘었다. 강원, 전남, 전북, 광주 등의 지역에서도 혁신학교 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문 교육감 취임 이후 증가 추세가 둔화돼 6개 학교만이 신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그러나 혁신학교에 대한 인기와 수요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혁신학교에 오기 위해 일부러 근처로 이사를 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정도다. 경기도교육청은 위장전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지경이다. 수요가 늘면서 혁신학교의 학급 당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느는 반면에 주변 초등학교의 학급 당 학생 수는 줄어드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부동산 시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명초등학교 부근의 아파트도 개교 후 전세가가 5000만원 이상 올랐다. 판교의 보평초등학교 일대 아파트에는 방학 때마다 전세를 찾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혁신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오인환 서울형혁신학교 학부모네트워크 대표는 "각 혁신학교마다 운영이 원활한 곳도,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는 등 제각각이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혁신학교에 매우 만족한다'이며, 학생들도 즐겁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용린 교육감이 감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먼저 혁신학교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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