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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윤금초의 '뜬금없는 소리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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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또 무슨 육개장에 보리밥 마는 소린감?/보리밥이 건건이는 더 들더라구. 피차 한 구름으로 갰다 흐렸다 허는 마당에 눈썹 하나 이끗 않구 말휘갑을 치다니. 일어서나 자빠지나 다 제 할 탓인 겨. 이것 집적 저것 집적 덤벙대구, 두메 고뿔이 서울 몸살더러 환약 써라, 탕약 써라 신칙할 일 아닌데도 기름진 소리나 허구. 허우대는 말매미처럼 미끈혀도 버르장머리는 좀나방 다음 가는 작자라니께. 말귀는 바늘귀보다 더뎌도 군소리 이삭 줍는 데엔 수가 익어서 금방 뚝배기 끓어 넘치는 소리 물색ㅤ읍시 두런거리구, 새겨들으나 흘려들으나 꼭 소같은 사람 말눈치 하나는 파발마보다 빠르다니께 그려, 암만...(.....)쯧쯧. 꽹과리 밑바닥엔 망치 자국이나 있구, 수숫대도 아래위 마디가 있는 건데 무슨 경오가 그 모양인겨, 그 모양이. 물에도 뼈가 있다고, 배짱이 땅 두께같아도 한갓 허텅지거리여.//넌지시, 뒷짐 지고설랑 시먹은 소리 허들 말게, 허들 말어!

윤금초의 '뜬금없는 소리4' 중에서

 
■ 심오한 내용 들여다보겠다 얼굴 주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냥 소리 내서 따라 읽어가 보면 절로 말재미가 돋아난다. 우리에겐 이런 수다 문화가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하면 그만일 것을, 저토록 돌리고 굴리고 놀리고 불려 한바탕 신명을 자아낸다. 시는 이런 허튼 말속에도 맛있게 들어 있다. 말휘갑은 '이리저리 말을 잘 둘러맞추는 일'이고 신칙하는 것은 단단히 타일러서 경계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슬슬 읽으면 다 뜻이 통하리라. 이 뜬금없는 언어유희가 더위에 지쳐 맥없는 오늘 부채바람처럼 생각을 시원시원하게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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