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 회동은 여야 대표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양당의 설명이었다. 지난 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은 총재의 곰탕회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도 보인다.
처음 분위기는 좋았다.둘 다 편안한 노타이 차림으로 만나고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눴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두 대표간의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도 했다. 뜨끈한 콩나물 국밥이 나오자 황 대표가 김 대표에게 먼저 식사를 권하는 화기애애한 모습도 연출됐다. 황 대표가 특권포기로 말문을 열었고 김 대표도 이에 화답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김 대표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김 대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은폐시도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던 대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권 초기지만 여야 협력 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 황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졌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동에서도 여야 대표는 국정원 사건을 둘러싼 국정조사를 두고 이견을 빚으면서 논의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 19분께 회동을 마치고 나온 황 대표는 국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더 논의하기로 했다"며 말끝을 흘렸다. 이어서 나온 김 대표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 "다음에 언제 만납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대표는 "국정원의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지면 만날 겁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민생 해결 위해서 9년만에 열린 여야 대표 회동이 결국 '국정원 사태'로 묻혀 소득 없이 끝난 순간이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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