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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아기들은 왜 상자에서 잠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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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누구나 지급받는 출산용품 선물세트
영아사망률 급감 효과 … 평등·생명존중의 상징


핀란드 아기들은 왜 상자에서 잠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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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핀란드 정부가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에게 제공하는 유아용품 선물상자가 출산율을 높이고 아이낳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소개했다.
4일(현지시각) BBC매거진에 따르면 핀란드의 임신부라면 누구나 정부로부터 기저귀와 아기옷, 침구류, 목욕용품, 장난감, 그림책 등이 포함된 커다란 상자를 선물로 받고 있다. 외투와 두건, 장갑 등 아기가 외출에 필요한 방한용품은 물론 손톱가위와 목욕용 온도계, 이가 날 무렵에 필요한 치발기 등도 들어 있다.

상자 속에는 아기용 매트리스도 들어 있는데, 박스에 매트리스를 깔면 그대로 아기침대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예비 아기엄마들은 정부로부터 이 상자를 받거나 아니면 현금 140유로(약 21만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물품을 구입하는 비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95%)의 부모들은 상자를 받는 쪽을 택하고 있다.
출산을 앞두고 선물상자가 도착하면 임신부는 물론 온 가족이 모여 어떤 아기용품이 들었는지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아기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가격을 비교하고 쇼핑을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매년 지급되는 상자 속 아기옷은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 때문에 똑같은 옷을 입은 다른 아기가 있다면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아기옷의 색상은 대부분 중성적이어서 나중에 성별이 다른 동생이 태어나도 그대로 물려줄 수 있다.

▲ 핀란드 정부가 지급하는 출산 선물상자 속에는 신생아에게 필요한 아기용품 대부분이 들어 있다. (출처: BBC매거진 홈페이지)

▲ 핀란드 정부가 지급하는 출산 선물상자 속에는 신생아에게 필요한 아기용품 대부분이 들어 있다. (출처: BBC매거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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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선물상자의 역사는 무려 75년 전인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난한 나라였던 핀란드에서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유아용품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저소득층에게만 제공되던 선물상자는 1940년대 후반부터 전계층으로 확대 적용됐다. 덕분에 핀란드의 영아 사망률은 지난 1930년대 신생아 1000명당 65명에서 2010년에는 1명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

상자 속 아기용품들은 시대나 유행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왔다. 예전에는 아기엄마가 직접 옷을 지어 입혔기 때문에 옷감이 지급됐고, 1회용 기저귀가 들어있던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건강이나 환경상의 문제 때문에 천기저귀로 대체됐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게 된 이후로는 분유나 우유병도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데, 실제 핀란드의 모유수유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헬싱키대학 역사학과 파뉴 뿔마 교수는 "부모들이 종종 아기를 같은 침대에서 재우곤 했는데 (질식 등의 우려가 있어) 이는 안 될 일"이라며 "상자로 된 아기침대 덕분에 부모들이 아기를 따로 재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뿔마 교수는 "무엇보다 이 출산 선물상자야말로 평등과 아이들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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